2005 경기방문의해 孝문화체험교육

이천=김태철기자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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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효·전통예절 배우며… “마음의 키 훌쩍 컸어요”

“전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각종 문제앞에서 고민할 때 조용히 기대어 물을 수 있는 지혜의 보고입니다. 곧 전통은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지요” 웅장한 원적산의 끝자락 산수유 나무가 울창한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도립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재홍 훈장(40). 경기일보가 주최하고 경기도·경기교육청·경기관광공사가 후원한 ‘효(孝) 문화체험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한 훈장은 양평 다문초교 안산 원일초교 등 2박3일간 입소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에서 ‘삶 공부, 글 공부, 몸·마음 공부’를 통해 옛 배움을 오늘에 잇고자 했다.

“효는 부모와 웃어른을 공경하고 제 몸을 귀히 여기며 부모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착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지난달 30일부터 도립서당에서 진행된 ‘효 문화 체험교육’에 참가한 주효진양(양평 다문초 6)은 자신이 배운 효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산에서 온 김준영군(안산 원일초 6)은 “선인들의 효 이야기 등을 훈장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라며 “집에 가서 꼭 부모님께 효도하고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번 ‘효문화 체험교육’에 참가한 89명의 초등학생들은 선조들의 효와 예절 등을 통해 효의 의미와 효를 어떻게 실천하고 예절이 가정과 사회의 근간임을 깨닫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됐다.

학생들은 2박3일간 서당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경전강독, 효 관련 영상물 관람, 전통배례법·촌수와 인간관계 등 예절교육, 다도, 전통놀이, 부모님 은혜에 대한 명상 및 발표, 효 특강 등 전통적인 효와 예절을 배웠다.

교육에 참가한 아이들은 한결같이 교육 프로그램에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이 없는, 어쩜 아이들에게 재미없고 따분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었다.

교육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들에겐 제법 어려웠을 법한 경전강독이나 다도 등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교육시간에 자칫 졸기라도 하면 카랑카랑한 훈장님의 호된 질책이 날아와 모두 한결같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훈장님의 한마다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어쩌다 졸리기라도 하면 스스로 조용히 일어나 서당앞에 있는 시원한 약수물에 얼굴을 씻고 교육장으로 들어간다.

또한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음의 고저를 넣어가며 읽는 경전강독은 마치 자신이 턱에 수염이 덥수룩한 옛날 선비라도 된 듯 의젓한 폼을 잡아보기도 한다.

특히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시간, 부모님께 편지쓰는 시간에는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아이들은 눈시울을 적시는 등 또다른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속에서 뛰노는 것 또한 아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수려하고 아늑한 산골짜기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닭몰이, 희한한 돌 찾기 등 색다른 놀이를 즐기며 한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3일간 계속된 전인교육을 담은 삶, 공부와 윤리·예절 덕에 학우들 사이에서 흐르는 엄격하면서도 인간미가 흐르는 학습분위기는 어린이들이 평소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좋은 경험이다.

한 훈장은 “전통교육은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실에 주는 더 없는 지혜라 할 수 있다”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인성이 형성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전통의 지혜를 심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3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용한 몸 가짐과 옷 매무시를 단정하게 여미며 넓은 기와집 서당 앞에서 배웅하는 훈장님을 향해 공손히 절을 하고 뒤 돌아서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효’교육의 참의미를 다시금 찾을 수 있었다.

/이천=김태철기자 kimtc@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인터뷰/한재홍 이천 도립서당 훈장

“차분한 성품·깊이있는 사고 마음 수양법을 배우는 것…”

8년전부터 전통예절의 고장 남원에서 전통교육이야 말로 각박한 오늘을 사는 우리세대에 꼭 필요하다는 집념으로 서당을 열어 운영해 왔던 한재홍 훈장(40) 은 전통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수도권의 어린이들을 위해 2001년부터 자신의 두 동생 재근(37)·재훈(32)씨와 이곳 이천시 백사면에 도립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긴 수염과 유건을 단정하게 쓴 한 훈장은 인자하기 그지없는 웃음으로 기자를 맞아 주었다.

-훈장을 하시기에는 너무 젊은 것 같은데 어떤 계기라도 있었나.

▲전남 순천이 고향인 우리 집은 대대로 한학을 해온 집안이다. 그래서 정규학교는 다니지 않고 서당에서 한학공부만 했다. 다만 막내 재훈이만 늦깎이 검정고시로 지난 98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현재의 교육현실에 제가 배워 온 전통교육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효문화체험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선인들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항상 사람의 삶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교육의 바탕에 흐르고 있었다. 한 인격체로서 올바로 생활할 수 있는 전인교육을 첨단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려 애썼다. 어린이들도 생소하게 느끼지 않고 받아들여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도립서당에서는 또 어떤 교육들이 있나.

▲삼형제가 분담해 초등학교 2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 글공부와 예절교육, 서예 등과 천자문을 가르친다. 천자문(千字文)을 떼고 나면 동몽선습(童蒙先習)-사자소학-소학(小學) 순으로 이어진다. 모든 책을 암기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 과정만 3년이 걸린다. 소학까지 마친 아이들은 본격 경전과정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배운다. 방학때는 선비들의 수행법인 ‘몸공부’, ‘예절공부’, ‘글공부’를 비롯해 서예, 다도, 전통놀이, 명상, 선인들의 효이야기, 한자섞어 일기쓰기 등 특별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몸 공부 마음 공부란 무엇인가.

▲온전한 인격은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으로부터 완성된다. 따라서 전인교육을 지향한 선인들의 교육에 있어서 몸·마음 공부는 대단히 중요했다. 우리 서당에서는 이러한 옛 선인들의 교육전통을 오늘에 되살려보기 위한 중요한 공부인데 오늘의 어린이들은 이 공부를 통해 선인들의 몸 건강법을 체험하는 한편 차분한 성품과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케 하는 마음 수양법을 배우는 것이다./이천=김태철기자 kimtc@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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