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개봉 ‘야수와 미녀’
야수의 간큰 거짓말 미녀에게 딱 걸렸어
만약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게 코미디 영화의 ABC라면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야수와 미녀’는 중간 이상 되는 성공은 거두는 셈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류승범의 원맨쇼는 이미 한참 물이 올랐고 에피소드도 과장된, 그래서 꽤 자극적이다. 안길강이나 안상태 같은 조연들의 연기도 톡톡 튀며 두 남녀의 사랑이 맺어졌다는 식의 해피 엔딩도 보기 편하다. ‘괴물’ 소리가 전문인 성우 구동건(류승범)과 앞을 못보는 착한 애인 해주(신민아)는 그야말로 야수와 미녀 같은 외모를 가졌다. 물론 ‘미녀’ 해주가 ‘야수’ 동건의 외모를 알리는 없다. 해주가 동건의 얼굴을 볼 수 없는데다 동건이 자신이 “영화배우 장동건 뺨치는 미남”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마에는 흉측한 흉터가 있으며 얼굴은 험악하기 그지 없는 그는 얼떨결에 고교 동창 탁준하(김강우)를 생각해 내고 그의 외모를 자신인 양 소개한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해주는 수술을 통해 눈을 뜬다.
이제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가 날 순간, 해주의 병원을 찾아간 동건은 자신을 알아 보지 못하는 그녀에게 다시 얼떨결에 스스로를 동건의 친구라고 소개해버린다.
점점 커져가는 거짓말. 다행히 하와이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하며 얼마간 시간을 벌지만 이때 진짜 ‘킹카’인 준하가 해주 앞에 나타나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 진다.
코믹 멜로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야수와 미녀’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사실 야수의 아픔도,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깊이도 당초부터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외모에 대한 해주의 판단은 들쭉날쭉 일관성이 없으며 자꾸 거짓말을 하는 동건의 동기도 부족하다. 영화의 시작이며 끝인 멜로와 거짓말 두가지 모두 개연성을 갖지 못한다. 여기에 시각장애인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외모를 속이는 남자 심리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보다 영화는 개연성이나 현실성 차원에서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서 한 2m 정도는 붕 떠 있는듯하다.
감정선이나 에피소드의 현실감, 남발되는 우연과 억지스러운 비약 등에 대한 설명은 이때문에 이 영화가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아닌듯하다.
단발적인 웃음은 계속되지만 웃음이 영화 전체를 타고 흐르지 못하는 건 이런 까닭이다.
‘보스상륙작전’과 ‘올드보이’ 조감독 출신인 신인 이계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구동건 役 류승범
“이번엔 눈·어깨에 힘을 쫙~뺐어요…”
‘주먹이 운다’에서 한껏 무게를 잡았던 배우 류승범이 소심한 이웃집 소년,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소심남으로 출연했다.
시각장애인 애인 앞에서 잘 생긴 척하다 그녀가 광명을 찾자 거짓말한 게 부끄러워 뒤로 숨어 버리는 캐릭터.이번에 맡은 역은 ‘품행제로’나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그의 코믹함이 제대로 묻어 났던 전작들과는 또 다르다.
애인 앞에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소심한 캐릭터가 빚어 내는 상황이 코믹한 것이지, 그의 개인기나 원맨쇼가 요구되지는 않았다. 이때문에 류승범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출연배경에 대해 “상쾌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한동안 장르색이 짙은 영화를 하느라 배우로서 좀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라면) 영화라는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기를 가질 수 있겠구나, 다시 한번 날 돌아 보며 쉼표를 찍을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아무래도 전작인 ‘주먹이 운다’와는 180도 다른, 눈과 어깨에서 힘을 쫙 뺀 캐릭터인데다 감정을 내지르지 않고 안으로 삭히는 연기여서 에너지 소비는 덜했을 것 같다.
■ 아네트 베닝 ‘여전히 매력’
연기파 중년 여배우로 안착
“참 많이 늙었네….”
흔히 “그럼 지금 도대체 몇 살인데?”란 궁금증과 함께 따라 오는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너도 별 수 없구나”란 비꼼의 뜻이 있을 수 있고 어쩌면 “난 아직 괜찮지”란 자기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부모나 가족이 대상이 됐을 때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말이고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음에 대한 어색함의 발로다.
“옛날에는 그렇게 예뻤는데, 지금은 많이 늙었더라”,
오는 27일 우연히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빙 줄리아’(Being Julia)나 ‘오픈 레인지’(Open Range) 등을 보는 관객들은 아마 이런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바로 여배우 아네트 베닝(Annette Bening) 때문이다. 1958년생이니 올해로 47살. ‘러브 어페어’(Love Affair·1994)에서의 그 빛났던 아름다움은 흐려졌고 그 자리는 세월만큼 늘어난 주름이 메우고 있으니 이때 나오는 한숨은 세월의 거스를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시다.
그가 처음으로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건 1989년작 ‘발몽’(Valmont).
90년대 ‘러브 어페어’나 ‘벅시’(Bugsy·1991), ‘대통령의 연인’(The American President·1995), ‘화성침공’(Mars Attacks!·1996) 같은 영화로 전성기를 보낸 뒤 한동안 주춤했지만 아네트 베닝은 사실 최근 다시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각각 미국에서 개봉한 지 1년과 2년이 됐지만 ‘빙 줄리아’와 ‘오픈 레인지’는 이제 중년에 접어든 아네트 베닝에겐 예전의 히트작과는 다른 뜻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빙 줄리아’ 이후 한 미국 평론가는 “아네트 베닝이 메릴 스트립이나 글로리아 스완슨 대열에 합류했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빙 줄리아’(감독 이스트반 자보)는 그에게 네번의 도전 끝에 사상 첫 골든글로브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오픈 레인지’는 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고히 해준 영화가 됐다.
1999년 ‘아메리칸 뷰티’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2000년 코미디 ‘어느 별에서 왔니?’가 고른 악평을 받았고 이후 한동안 영화 출연을 쉬기도 했다.
그가 성공과 좌절을 반복하며 결국 그저 예쁜 여배우에서 연기파의 중년 여배우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넷 팬 페이지에 직접 남겼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연기는 유명해지기 위한 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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