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훌쩍떠나는 드라이브 코스 2選

바람 맞으러 길을 떠나는 즐거움

낙엽이 나뒹굴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서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요즈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가끔씩 들때가 있다.

연인 또는 가족끼리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경기도내 최적의 드라이브코스 2곳을 소개한다.

동양 최대길이 시화방조제~모세의 기적 제부도

경기도내에서 짭짤한 갯내음을 맡으며 해안 드라이브를 만끽하고 가을 대하(大鰕)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곳.

시화방조제∼대부도∼제부도를 잇는 서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수도권에서 반나절이면 충분하고 아기자기한 맛에서는 동해안 코스를 능가한다.

월곶 I.C에서 내려 좌회전해 시화공단을 지나면 서해와 시화호를 가르는 총연장 12.7㎞의 인공 바닷길인 시화방조제가 운전자들을 반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연결, 서해안 지도를 바꾼 시화방조제는 네덜란드의 주다지방조제(30㎞) 다음이며 동양에서는 가장 길다.

방조제 중간 오이선착장 주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방조제 길을 거닐며 사색에 잠길 수 있고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포도를 미끼로 바닷게를 잡아보는 쏠쏠한 잔재미도 찾을 수 있다.

대부도와, 선감도, 불도, 탄도를 잇는 작은 방조제가 섬들을 징검다리처럼 이어 놓았는 데 신선이 목욕했다는 선감도와 그물에 부처상이 걸려나왔다는 불도, 수목을 베어 숯을 구웠다는 탄도의 지명유래를 음미하며 차창밖 풍경을 훑어보면 드라이브의 재미가 배가된다.

경기도 영어마을 안산캠퍼스 입간판이 눈에 띄는 선감도를 지나 탄도방조제옆 무료주차장에 차를 댄 뒤 1.2㎞ 떨어진 누에섬 무인등대 전망대에 갯벌을 밟고 들어가 등대지기의 낭만도 느껴볼 수 있다.

4개 섬을 잇는 시골길 옆으로는 900여 농가의 포도밭이 이어지고 염분을 품어 오히려 당도가 탁월한 대부도 포도를 살 수 있는 가판대가 100m 간격으로 설치돼 드라이버를 맞는다.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방아선착장과 대부해수욕장 등지에는 음식점 300여 곳이 성업중인데 바다를 배경으로 활어뿐 아니라 바지락칼국수와 조개구이, 주꾸미 철판구이를 맛볼 수 있다.

진미칼국수 진성애(50·여)씨는 “시화방조제가 생긴 뒤 교통이 좋아지며 포장마차식으로 운영되던 100여 곳의 음식점이 모두 새단장했고 지금은 300여 곳으로 늘어났다”며 “주말이면 나들이객들이 넘치므로 드라이브는 평일에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부도를 지나 화성시 서신면을 거쳐 306번 지방도를 따라 곧장 달리면 30분 거리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 제부도가 눈앞에 들어온다.

뭍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2.3㎞의 해상도로는 하루 2차례 물에 잠겨 물때를 미리 알고 가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섬 서쪽 방면으로 8㎞가량의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할 수 있고 갯바위를 따라 해수욕장과 선착장사이 갯벌 위에 설치된 나무 산책로(231m.높이 3m)를 거닐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제부도와 서신면 횟집 60여 곳에서 모두 왕새우(대하·길이10㎝)를 취급하는 데 9∼11월 제철인 왕새우를 왕소금위에 놓고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며 1㎏당 4만원에 3∼4명이 배를 채울 수 있다.

양평 두물머리~양수리 카페촌~청평댐

비릿한 바닷바람 대신 상큼한 강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의 제맛을 찾고 싶다면 단연 양수리∼청평댐 코스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은빛으로 출렁이는 새벽 물안개로 유명한 두물머리에서 북한강 오른편을 따라 댐까지 올라가는 363호 지방도와 반대편 45번 국도.

양수리 읍내에서 서종면 문호리 수입리를 거쳐 청평댐으로 오르는 오른편 코스는 21㎞ 구간 구불구불 이어지며 각양각색의 카페와 레스토랑 20여곳, 전원주택 등이 운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중년가수들의 라이브로 붐을 탄 미사리에 밀리긴 했지만 90년대 초반 국내에 카페촌이라는 명칭을 처음 얻은 관록을 바탕으로 현재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공연으로 옛 명성과 운치를 지켜가고 있다.

카페촌 원년 멤버인 무너미화랑과 서종갤러리, 인더갤러리에서 미술품 관람과 식사를 겸할 수 있고 정통 화랑으로 마니아들의 인기를 끄는 가일미술관도 둘러볼 수 있다.

청평댐에 이르기 200여m전 청평대교를 건너 45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게 되는데 물살이 센 다리밑에 자그마한 지붕을 씌운 보트를 강바닥에 줄로 고정시키고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45번 국도는 경춘선과 나란히 달리고 강건너 363번 지방도와는 달리 단조로운 코스지만 어느정도 속도감을 즐기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다.

코스 중간에는 서울종합촬영소가 있는 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촬영세트가 있고 ‘올드보이’와 ‘바람의 파이터’, ‘역도산’ 등 근래 한국영화의 단골촬영지라 들러볼만하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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