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세계의 혁신도시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예전엔 전화기로만 사용되던 휴대폰이 이제는 카메라, MP3, 게임기, TV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컨버전스의 바람이 도시에도 불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소위 21C는 지식기반시대이자 도시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그 만큼 국가 간 경쟁구조에서 도시 간 경쟁구조로 글로벌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도시’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저마다 특화산업 육성 및 혁신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 등을 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포드와 버클리 등 유수 대학과 각종 연구소, HP·IBM·INTEL등 다국적 거대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경쟁과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클러스터이다. 이곳의 총생산액이 우리나라 전체 GDP의 42%에 달한다고 하니, 하나의 도시라고 하기엔 그 파워가 실로 엄청나다. 소피아 앙띠폴리스는 1천200여개 기업체에 입주 종사자수만 2만 5천명으로 1998년에는 세계 10대 및 유럽 3대 지식기반 선도지역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 밖에 산업쇠퇴로 쇠락의 길을 걷던 철강도시에서 문화산업도시로의 구조전환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성공한 영국의 쉐필드, 군부대 이전적지에 아디다스와 퓨마라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기업 유치를 통해 종합 스포츠 산업단지로 변모한 독일의 헤어쪼겐아우라흐, 고용인구의 2/3가 IT관련 기업에 종사하며 유럽의 정보통신 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시스타, 우수한 도시 인프라와 쾌적한 환경, 첨단 비즈니스 파크를 결합한 미국의 어바인, 일본의 R&D 메카로 순수 연구원만 1만3천명을 보유한 국가 최대 연구 개발 센터인 쓰꾸바, 폐광부지를 휴양지로 재개발한 말레이시아의 마인스 리조트 시티 등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그 자체가 지역 성장의 거점이자 동시에 국가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특성화된 지역발전의 거점을 육성하고자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더불어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도시란 새로운 개념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이미 익숙한 컨버전스라는 개념을 도시에 적용해 보면, 혁신도시는 CITY 컨버전스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도시들이 주거기능, 산업기능 등 단일 기능에 주안점을 두었던 반면 미래형 혁신도시는 각 도시의 장점을 결합한 공간이다. 산·학·연·관이 연계 배치된 혁신창출의 공간,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과 풍부한 녹지공간이 조성된 공간, 우수한 교육환경과 품격있는 도시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편리한 교통체계와 첨단정보통신망이 구축된 공간, 혁신도시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루 갖춘 진화된 형태의 도시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색 있는 도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도시, 앞으로 우리 지방의 성장거점이 될 혁신도시가 세계의 혁신도시와 경쟁하여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로 나가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 도 관

토지공사 토지정보분석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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