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좌우명(座右銘)은 ‘경청(敬聽)’이다. 1979년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할 때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써준 휘호다. 단순히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사물은 물론 사람까지 꿰뚫어 보라는 의미이다.

구본무 LG 회장의 좌우명은 ‘약속은 지킨다’이다. LG 그룹을 공동 창업했던 능성 구씨 가문과 김해 허씨 가문이 잡음 없이 계열 분리를 한 것도 언젠가 때가 되면 사업을 나누기로 했던 집안끼리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다.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다닌다.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에게 써준 휘호를 이어 받았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좌우명은 ‘거화취실(去華就實)’이다.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총수의 좌우명을 반영하듯 롯데는 유통을 주력으로 한 우물을 파오며 내실을 다져왔다.

SK최태원 회장은 ‘실천이 중요하다’이고,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선한 것을 따르면 모든 것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從善如流’이다. 팀워크에 의한 시너지 창출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SK텔레콤의 김선배 사장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가 더 멀리 본다’가 좌우명이고,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신념은 ‘CEO는 검투사와 같다’이다. 우리 기업인들의 경영철학이 엿보인다.

최근 미국의 경제잡지가 소개한 미국 유명인사들의 좌우명은 좀 특이하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좌우명은 ‘당신은 둘일 수는 없다’인데 그는 “아침에 일어나 오늘 무슨 일을 할 지를 생각하고, 그 일이 다음 날 신문 1면에 날 만한 일인지 고민하라”고 주장한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인 만큼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뜻이다.

앤디 그로브(인텔 전 회장)의 좌우명은 ‘지나치게 의심이 많은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이고, 작가 포 브론슨은 ‘아내와 늘 상의하라’가 좌우명이다.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론슨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어도 두 번째 기회는 주어라’이다. 크게 공감이 가는 좌우명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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