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무용단 멕시코 공연, 누굴 위한 건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제로 선출한 이후 각 자치단체들마다 확연히 드러난 변화중 하나가 문화 관련 부서의 중요성이다. 근·현대사에서 살펴 볼 수 있듯 문화정책은 정치적 역량에 큰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문화와 정치의 결합은 얼마간 계속될듯 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잘못된 노선을 탔을 경우 민심의 눈과 귀를 막는, 엄청난 오류를 범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를테면 처음 접할 때는 풍성하고 달콤하지만 이내 없어지는 솜사탕과 같은 것 정도가 아닐까.

경기도립무용단(이하 무용단)이 최근 주 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으로부터 초청받아 멕시코 내 동남부지역 순회공연에 나섰다. 멕시코 내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05 다이나믹 코리아 투어’란 타이틀을 걸고 순회중이다. 한국 시각으로 18일 현재 5차례 공연을 마쳤으며 19일 피날레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무용단은 멕시코로 건너와 고진감래 끝에 공연을 펼치고 있다. 당초 알려진 상황보다 더 좋질 않다. 더욱이 말도 안되는 무대 상황에서 무용단 및 한국에서 동행한 스텝들이 신기할 정도로 막을 순탄히 내려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프로다운 면모들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대사관측은 도립무용단이 ‘프로’란 사실을 간과한듯 하다. 준비했다던 공연장이나 기타 주변 여건 등을 보면 그렇다. 여기서 불거져 나오는 게 과연 누굴 위한 공연인가 하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작금의 프로들 공연에 세리머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무용단측은 대사관 요구를 받아 들여 세리머니를 허용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사관도 어떤 방식으로든 무용단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리머니 ‘정도’는 심화되고 있으며 사전 통보 없이 무대를 활용하는 ‘사고’를 방관하는가 하면 심지어 1시간 30여분동안 열정을 다한 단원들에게 공연이 끝난 뒤 퇴장하지 말고 식후 행사 때까지 있어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정부측 주장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공연 준비 자체는 소홀하면서도 다른 곳에는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국인의 자긍심으로 멕시코 내 한인 이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멕시코로 건너 온 도립무용단의 순수성을 순진하게만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차라리 이러저러한 정황을 설명 한 뒤 “좀 도와 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게 인간적이란 생각이 든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