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孫 지사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

‘더 큰 땅으로 나가게 된 호랑이가 자신이 누렸던 영토의 새 주인으로 여러 마리의 토끼들에 저마다 따로 눈치를 주었다가 여러 마리의 토끼들로부터 인심을 잃었다’는 우화가 있다. 북유럽의 어느 나란 가에 전래된 것으로 기억한다.

정치적으로 전임자가 후임자를 배출시켜 잘 된 전례가 없다. 예컨대 노태우를 밀었던 전두환은 백담사에서 3년의 유배생활을 했다. 김대중을 선택했던 김영삼은 아직껏 좋지않은 사이다. 노무현을 낙점했던 김대중은 말 못할 속앓이를 앓고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이미 돌아서기 어려운 강을 건넜다. 괄목할 외자유치 등 도지사 재임 성적 평가 또한 우수하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포용한다. 중도 우파의 개혁주의자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다. 이 시대에 절실한 사회통합의 구심적 인물이 될만하다. 공리공론(空理空論)의 말 재주에 식상한 국민층에 새로운 기대를 갖게할만 하다.

흠집도 있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업 이전은 바늘과 실이다. 공공기업 이전은 반대한다면서 행정도시 건설을 찬성한 것은 모순이다. 이 정권에 영합하여 총리를 꿈꾸는 국민중심당의 심 아무개와 교감한 것은 배덕이다. 상생의 명분은 상호 실리가 수반돼야 한다. 실리가 없는 명분은 구실일 뿐이다. 구실은 정치적 농간이다.

손학규는 고독하다. 박근혜는 당 대표로, 이명박은 서울시장으로 상승세다. 당내 경선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도전의 마라톤 레이스는 아직도 여유가 많다. 박근혜의 사학법 반대투쟁은 방법이 좋지 않다. 이명박의 청계천 신드롬은 토목사업일 뿐이다.

여론조사란 것 마다 손학규는 최하위다. 하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 백수 노무현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 나섰을 때 그가 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 후보가 되고 나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가 될 게 됐느냐!”는 것은 노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대철의 말이다. 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게 신비롭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손학규의 강점은 좋은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 많은 도움을 주고도 당선시키고 나서는 곁을 떠나 부담을 주지않은 친구들이 있다. 이들이 대선 예비캠프에 모였고 또 모일 것이다. 손학규가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연유가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한현규 전 경기개발원장은 손 지사의 측근이었을 뿐 친구는 아니다. 관측통은 한현규 비리는 마땅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손학규를 겨냥해 쏜 화살로 보았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그것은 잘못 쏘아졌다. 되레 정찬룡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이 무혐의 처분이 되긴 했으나 검찰조사를 받아야 했다. 관측통은 덫을 놓은 또 한 번의 화살이 시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역시 오발로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지사가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앞을 향해 전진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에 누가 될 것인 가를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행사할 수 있는 기미를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 결코 유익하지 않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이용하려다가 오히려 여러 마리의 토끼들에 무더기로 인심을 잃은 우화와 비유될 수가 있다. 당의 새로운 수혈을 위한 후보 영입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해서 당선시켜준 유권자와의 약속을 중도에서 헌 신짝 버리듯이 그만 두고 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것보다 못할 게 없다. 개방되지 못한 폐쇄적 텃세가 한나라당의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손 지사는 당내 차기 도지사 후보는 당과 당사자들에게 맡기고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야만 한다. 호랑이는 혼자 다니는 것이 고독해도 혼자 다닌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은 노루 떼나 참새 떼 등이다.

진실로 대권에 야망을 갖는다면 좁쌀스런 얘기보다 더 큰 경륜을 펼쳐보여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후보자릴 거머쥔다 해도 보수정당의 범야권연합이 없고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 열린우리당에서 앞으로 10년은 더 집권한다는 큰 소리가 이래서 나온다. 경선 이후의 당 단합은 어떻게 하고, 범야권 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설득력있는 말이 그의 심장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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