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씨(28·여)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제2청(이하 제2청) 민원실을 찾았다. 오전에 집 근처인 서울 강남구청을 찾았지만 여권신청 접수가 이미 끝났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 모처럼 단짝 친구들과 외국여행을 맞춰났기에 늦출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이날 오후 4시께 안성이 거주지인 김모씨(22)도 경기도청을 찾았다 여권 신청이 접수되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제2청을 방문했다.
제2청에는 요즘 들어 여권을 신청하러 오는 경기북부 이외의 지역 주민들이 부쩍 늘었다. 하루평균 250건에 이르는 여권 접수분중 이런 경우가 무려 20%를 웃돌고 있다. 위조여권 방지를 위해 여권발급 업무가 복잡해져 다른 여권발급기관들은 일찌감치 접수를 마감하는데 그 까닭이 있었다.
실제로 제2청이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 여권발급기관 10곳은 늦어도 오전 10시를 마감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서초구청과 영등포구청, 노원구청 등은 밀려오는 신청자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오전 8시30분이면 접수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하루 600건 정도 여권신청을 접수받는 경기도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보통 오전 9시 이전 접수를 마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2청이 주민들의 ‘인기’를 얻는 건 원칙적으로 접수마감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밤 10시를 넘겨 근무할지언정 이렇다할 여권접수 마감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2청 공무원들 사이에선 “유독 ‘우리’만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분명 있다. 일상적인 저녁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선 당연하다. 그들은 불필요한 피해를 감내하고 있고 한쪽에선 주민들을 위한 공직자들의 서비스정신이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제2청의 고민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배성윤기자 syba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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