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현상을 염려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내용이 올해 신년사에 포함됐다.

대통령이 통치자로서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고민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러한 대통령의 고민이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의 어려움을 풀어 주는 실마리가 됐으면 한다.

양극화문제는 거론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제로 풀어 나가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섣불리 원칙론이나 평소 생각으로 접근하다가는 일을 더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양극화문제는 비단 우리 나라와 우리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갈등이 있고 테러가 있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양극화를 이끄는 기수들은 원칙을 내세우고, 원리를 내세우고 신념을 내세운다.

이같은 양극화현상은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엿볼 수 있지만 최근 돌출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여론의 양극화현상도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론의 행방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감사기관이나 검찰, 조사위 등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여론은 그들의 기대만큼 가지 않으면 미지근한 봉합이니, 타협이니 할 것이고 그렇다고 어느쪽으로 치우치면 여론의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겐 잘 이해되지 않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원리원칙으로만 해결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리원칙이나 법조문은 입장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치자 또는 법관이 원리원칙대로 모든 일들을 집행한다면 크게 고민할 것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원리원칙을 존중하되,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통치자로서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원리원칙과 법이 왜 만들어 졌는가를 생각하는 법관으로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란 양극화 속에서 흔히 중간세력은 발을 붙일 데가 없다. 그러나 경제분야에서 중간층의 폭이 넓어져야 건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듯, 다른 분야에서도 중간세력이 힘을 얻어야 사회가 혼란을 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중간세력이 중심을 잡아야 갈등과 파멸을 면할 수 있다. 통치자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도 그들대로의 소신과 취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소신을 굽히는 것이 보다 큰 통치자의 철학이요, 법의 정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정 옥 얼굴박물관 관장·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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