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최초로 등장한 연(鳶)은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친구였던 알투스가 만든 것이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200년경 중국 한나라 장수 한신이 군사용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최초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기록은 <삼국사기> ‘열전’에 나온다. 647년 신라 진성여왕이 즉위하자 비담과 염종 등이 군사를 일으켜 여왕을 폐하려 했다. 당시 큰 별똥별이 여왕이 주둔한 월성 쪽으로 떨어지자 “여왕이 패망할 징조”라며 백성들이 동요했다. 이때 김유신 장군이 연에 허수아비를 달아 불을 질러 올려 보내면서 “어젯밤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문을 내 사기를 올려 반란군을 진압했다.
연을 군사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충무공은 임진왜란 당시 연에 여러가지 모양과 색깔을 넣어 전투명령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충무공 전술비연’은 총 55종의 문양과 뜻이 전해진다. 군사적으로 사용되던 연이 민간에 널리 퍼진 것은 조선조 영조때부터다. 영조가 연 날리기와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 탓에 정월대보름이 되면 전국에서 연 날리는 사람들이 한양 수표교에 모여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이렇게 퍼진 연 날리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겨울철 민속놀이로 자리잡았다. 특히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가장 많이 날렸으며 연에 ‘액(厄)’자를 써서 다가올 액운과 함께 날려보내는 액막이연으로 연날리기를 마쳤다.
연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꽤 많다. 그 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은 방패연과 가오리연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연의 99%를 차지하는 방패연은 가운데 방구멍이 뚫려 있어 약한 바람에는 바람의 힘을 모아주고, 강한 바람에도 연이 상하지 않게 해주는 과학이 담겨 있다. 방패연은 연에 새긴 무늬와 그림의 색과 모양에 따라 꼭지연, 반달연, 치마연, 동이연 등 8가지로 나뉜다. 방구멍이 없어 꼬리를 길게 붙여 만드는 가오리연은 제작이 쉬운데다 바람에 쉽게 띄울 수 있어 어린이들이 많이 날린다. 가오리연은 연의 형태에 따라 마름모꼴인 가오리연과 부채꼴인 문어연으로 나뉜다.
바람 부는 날, 언덕이나 둔치에서 하늘에 연을 날리면 잡념이 사라졌다. 더 높이, 더 멀리 날리는 ‘연내기’도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연에 소망을 실어 하늘 높이 날려봐야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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