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축제’는 원래 가축방목을 위해 들판에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고자 마을별로 겨울철에 불을 놓았던 제주도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제주어로 ‘방애’)’를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문화관광축제다. 정월대보름을 대표하는 전국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북제주군 들불축제가 그 중 유명하다. “모든 고통과 재앙, 액운일랑 불기둥 속에 모조리 태워버리고 올 한해는 보름달 같은 희망만 두둥실 솟아라”고 기원하며 불을 지른다.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10만여 평의 대지를 태울 새별오름들불축제는 9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지는데 올해 10회째다. ‘2006년 제주방문의 해’가 겹쳐 그 어느 때 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전해 온다. 또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초가 집줄놓기체험과 밭갈이 농경문화체험 마당을 확대하고, 오름 오르기와 달집태우기 참여 기회도 확대했다고 한다. 특히 새별오름은 고려시대 최영 장군이 원나라 목호(牧胡)를 무찌른 전적지임을 기념해 최영 장군 사당이 있는 추자도(楸子島)에서 불씨를 채화해 봉송한다.
경남 창녕군의 ‘화왕산(火旺山)억새태우기축제’도 정월대보름 행사로 유명하다. 원래 창녕군은 불과 관련된 지명인 비자화군(比自火郡)이라 불렀다. ‘큰불의 뫼’로 이름을 떨쳐온 화왕산의 유래처럼 화왕산에 불기운이 들어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속설이 전해 온다. 전국 유일의 산상축제인 화왕산억새태우기축제는 12일 밤 대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하늘을 진동하는 북이 울리는 가운데 대형 달집과 둘레 2.7㎞의 화왕산성 내 마른 억새밭(5만6천여 평)을 불바다로 만든다.
“그대 가슴에 / 들불 질렀다. // 제주섬에 와서 // 봄 기다리는 / 들풀에 / 불 질렀다. // 불타 죽은 / 자리, / 그 들판에 // 새풀 / 솟아 난다면 / 백 번인들 / 죽지 못하랴 // 그대 / 들판에서 // 오늘도 / 들불꽃이 / 활활 피어난다. // 내 인생이 / 들불처럼 / 들불처럼 번져간다.” (詩 ‘들불축제’)
북제주군 겨울 들녘의 마른 풀을 활화산처럼 사르는 불꽃이 두둥실 뜬 보름달에 가 닿는 순간과 화왕산 불기둥을 상상하면 가슴이 설렌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음 속 근심을 활활 태워버리자./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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