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정문 굿판?

무당이 귀신에게 치성 드리는 굿은 원시적 종교인 샤머니즘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원류는 원시적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기록에 나타나기는 삼국유사가 처음이다. 신라 2대 남해왕은 ‘차차웅’으로 불렸는데 당시 방언으로 무당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또 고구려 2대 유리왕은 득병의 원인을 무당이 알아내서 낫게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무당굿, 즉 굿판은 크게 나누면 무신제(巫神祭), 가제(家祭), 동제(洞祭) 등 세 가지 이지만 세분하면 열세 가지로 나뉜다. 무신제는 무당의 내림굿 등이며, 가제는 집안의 산자에 대한 기복이나 죽은자에 대한 천도 등이며, 동제는 풍농·풍어·마을의 무사안일 등을 비는 굿이다. 춤과 노래 및 언어 촌극 등 형태로 구성되는 굿판은 악귀를 몰아내고 부정을 예방하는 길운의 발원으로 집약된다.

이런 무당굿은 수천년동안 이어온 농경사회선 무속신앙으로 민간사회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심지어는 유교적 법도가 엄중했던 궁중에까지 침투했다. 궁내에서 저주의 상징으로 상대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땅속에 파묻곤했던 주술이 이같은 것이었다. 가장 심했던 궁중 굿판은 조선조 숙종 때 있었던 장희빈이 민 중전을 저주키위해 무당과 함께 살다시피하며 벌인 굿판이다.

서울 삼청공원 위에 있는 숙정문(肅靖門)은 서울의 북문이다. 그러나 열어두면 음풍(淫風)이 장안에 들어온다는 풍수설이 있어 순조 때 폐문할 때까지도 항상 닫아두었다. 그런가하면 한편 정월 대보름 전에 부녀자들이 이 문에 세 번 다녀오면 그 해의 액운을 면한다는 세시풍속이 있어 설을 쇠고 난 부녀자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것으로 전한다.

청와대가 숙정문 개방을 앞두고 대보름인 지난 12일 숙정문에서 굿판을 벌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태평성대를 비는 것이겠지만 웬지 미신인 무속신앙에 의지하는 것 같아 듣기에 영 개운치 않다. 태평성대는 정치를 바르게 해야지 굿을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어제 실제로 굿판을 벌였는 지는 잘 모르겠다. 오보가 아니면 취소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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