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벼락’

한나라당 소속 서울 모 구청장의 음식 접대를 받은 주민들이 선관위로부터 거액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대구에서 민주당 위원장 취임행사 동원에 아르바이트 삼아 참석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과태료 처분을 받아 울상이라고 한다.

구청장 음식 접대를 받은 56명 가운데 5만여원 상당의 뷔페식사만 한 사람은 50배인 266만원씩, 2차로 유흥주점으로 가 술대접까지 받은 사람은 각 401만원의 과태료 처분 통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당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180여 명은 일당으로 2만원을 준다는 바람에 행사장에 참석해 돈만 받은 학생은 100만원씩, 음식까지 제공받은 학생은 각 1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별 생각없이 당 행사장에 갔다가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과태료 벼락에 아연실색하는 것 같다. 대학생들의 실수도 실수지만 돈 2만원을 내걸고 사람을 동원한 당 관계자들이 참으로 한심하다. 구청장 접대 주민도 그렇다. 구청장 초청으로 밥 먹으러 갔다가 밥값을 여간 비싸지 않게 치르는 봉변을 당한 셈이다.

이런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식사 대접이나 군중 동원 등은 으레 일삼는 선거판의 기본이다. 과거에는 그랬다. 멋 모르고 떼지어 밥 먹으러 다니거나 정당 행사 동원에 참석했다 가는 큰 코 다치기에 딱 알맞다. 그까짓 밥 한끼, 만원짜리 두어 장을 탐내다 높은 과태료를 물게 되어선 후회해도 늦다. 식사 미끼, 일당 미끼를 내거는 정당 관계자들도 나쁜 사람들이지만 먼저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같은 유혹이 있으면 선관위에 고발해야 할 일이다.

과태료가 가혹하다는 말도 없진 않다. 과태료 50배 부과는 가혹한 건 사실이다. 아르바이트 일당으로 생각하고 2만원 받은 학생이 100만원을 내려면 벅찬 건 맞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 사안을 고려하여 공명선거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치사한 선거판의 먹자판, 동원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태료가 가혹하긴 해도 아직은 할 수 없을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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