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진희-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 드려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텐데도 지진희(35)는 예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믿음직한 이미지, 조용하고 진중할 것 같은 느낌. 스스로도 이렇게 설명하듯 지진희는 대중에게 바른 남성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팬들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듯싶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MK픽처스·언더그라운드)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할만큼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문소리가 인터뷰에서 “피식 내뱉는 웃음”이라고 밝혔는데, 지진희는 “몰래 ‘크크크’하는 웃음이 나오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둘 다 일맥상통하는 말. 지진희는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보면서 가식을 벗고 묘한 통쾌함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혼자 생각할수록 웃음을 주는 영화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누가 뒤에서 내 차를 박았는데, 내리면 사실 욕부터 해주고 싶어도 참게 되죠. 체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박석규는 욕해요. 시원하게. 개와 함께 가다 물웅덩이가 나오면 비켜가는데, 석규는 그냥 개 목을 붙잡고 폴짝 뛰어건너요.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석규의 그런 만화적 모습이 웃음을 주는 거죠” 그가 맡은 만화가이자 대학 강사 박석규 캐릭터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즐기고 사는 조은숙 교수(문소리 분)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다. 잘 생기고 젊은 석규 등장에 조은숙을 따르는 남자들이 긴장하지만 그는 결코 그 싸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 보면 쉬어갈 수 있고 포인트를 주는 ‘통통’하는 소리 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영화를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가장 감독님과 그리고 저와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는 동안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고 말했다. 일부러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이미 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었고, 그는 석규가 돼 매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보다 한살 어린 감독은 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줬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한번에 읽어 내려간 게 ‘H’와 이 영화였어요. 사실 멜로쪽으로 이미지를 쌓아왔고, 앞으로 조금 더 굳힌 이후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조금 앞당길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던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석규가 코믹하다기 보다는 엉뚱한 캐릭터이긴 하지만요”
지진희는 고현정과 공연한 드라마 ‘봄날’ 이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퍼햅스 러브’를 촬영한 후 황석영 원작 ‘오래된 정원’(임상수 감독)을 촬영중이다. 공교롭게 영화에만 줄곧 출연한 것. 영화를 고집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내게 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뿐이지 드라마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정원’을 촬영하는 와중에 일본에도 다녀왔다.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처음으로 팬 미팅에 나선 것. 지진희 우표가 나와 이에 맞춰 행사를 열었다. 그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NHK홀에서 팬미팅을 열었는데 3천500명이 왔어요. 욘사마만큼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기분 좋았죠. 뭐” 그의 웃음이 씩씩했다.
● 이니셜 D
길에서 만난 레이싱 숨막히는 승부 세계로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영화 ‘이니셜D(Initial D)’가 수입돼 곧 관객들을 찾아간다. 홍콩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평가받는 ‘무간도’ 시리즈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홍콩의 떠오르는 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 이 만화는 일본에서만 4천600만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레이싱영화라고 하면 거대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프로선수들의 경주를 쉽게 떠올리지만 ‘이니셜D’는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펼치는 자동차경주를 소재로 했다. 평범한 고교생 다쿠미(저우제룬 분)는 낮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새벽에는 두부배달을 한다.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구식 도요타 자동차로 굴곡이 심한 아키나산을 넘나드는 일도 벌써 5년째다. 다쿠미는 중학생 때부터 구불구불한 난코스에서 운전했기 때문에 절묘한 속도를 내면서도 최고의 코너링을 보여줄만큼 뛰어난 운전 실력을 지닌 레이싱 천재.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던 그는 자신을 추월한 차와 레이싱을 펼쳐 손쉽게 이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아마추어 레이싱팀 소속 다케시(위원러 분)였던 것. 이후 다쿠미의 완벽한 레이싱에 승부욕을 느낀 또래 레이서들이 연이어 경주를 신청하지만 모두 패배한다. 처음에는 레이싱을 마다하던 다쿠미는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고 즐거움을 느낀다.
지금까지 그저 감각적으로만 달리던 다쿠미는 첫번째 패배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더 나은 레이싱을 위해 프로 레이서 고이치와 료스케(천관시 분)와의 위험한 대결을 벌인다. 감각적인 힙합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경주와 만화의 레이아웃을 연상시키는 화면구성 등은 젊은이들의 코드에 그대로 부합한다.
● 카사노바
여자들은 왜 그를 좋아할까…‘탕아’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카사노바. 자유로운 성(性)과 쾌락을 탐닉했던 신화적인 호색한이다. 카사노바가 남긴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History of My Life)’에는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로운 시간만이 낭비일 뿐이다”란 말이 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한 광고삽입곡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다. 이 CM송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데는 인생을 즐기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인생을 즐긴다’는 말과 친숙한 카사노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같은 내 인생’과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신작 ‘카사노바’를 들고 한국 관객들을 찾아간다.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카사노바의 억압과 관능, 거짓과 진실, 사랑과 욕정 등 상반된 개념을 희화적으로 풀어냈다. 카사노바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는 ‘카사노바(Casanova)’(1918), ‘카사노바-카사노바의 사랑(Casanova-The Love of Casanova)’(1954), ‘카사노바(Casanova)’(1976) 등이 있으나 새롭게 선보이는 ‘카사노바’에서 카사노바는 단순한 호색한이 아니다. 그는 풍부한 지성과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21세기형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사실 17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외교관·군인·작가·철학자로 활동했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영화는 지적인 면을 애정행각과 병치시켜 카사노바를 새로운 인물로 구현했다.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카사노바 역을 맡은 히스 레저. 그는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상, 감독조합 감독상, 프로듀서조합최우수상, 작가조합 각색상 등을 휩쓸었고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다관왕을 노리고 있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주인공 에니스 역을 맡았다. 그는 ‘카사노바’에서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매력남으로 변신했다. 그저 2시간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18세기 유럽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관람하면 된다. 오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무인 곽원갑
영원한 ‘황비홍’ 돌아온 화려한 액션
‘리롄제(李漣杰)의 마지막 액션 영화’란 홍보문구가 관람 의욕을 자극한다. 더 이상 무술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말인가. 제작비 117억원에 제작기간 1년의 세월을 들여 찍은 ‘무인 곽원갑’은 한마디로 리롄제의 안으로는 무술에 임하는 정신과 겉으로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술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리롄제는 위런타이(于仁泰) 감독에게 직접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무도 정무문(精武門)을 창시한 곽원갑은 1900년대초 밀려드는 외세에 맞설 힘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그리고 급속하게 붕괴됐던 중국에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서양 열강과 일본이 곽원갑에게 4대1 싸움을 제안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무대 위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설정된다. 당당한 죽음으로 그는 중국인들에게 영웅이 된다.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국가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곽원갑은 42살에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한다. 공교롭게도 리롄제 역시 올해 42살이다. 100여년 뒤 중국인은 곽원갑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 자존심을 확인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중국 무인의 삶을 다룬 건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인간의 깨달음의 과정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돼 있다.
원갑의 아버지는 곽사부로 불리는 톈진(天津)의 유명한 무술인. 그러나 아들에겐 무술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곽원갑의 아버지는 지역 무술인들의 도전을 받지만 늘 마지막 일격을 아낀다. 이때문에 대련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 원갑은 이런 아버지가 불만이다. 원갑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려 하고 그의 곁에는 늘 함께 하는 친구 경손이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가 있으니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세월이 흘러 원갑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다. 그는 여러 무인들의 도전을 받아들이며 승승장구한다. 더 이상 거칠 게 없다. 그런 와중에 라이벌인 진사부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승리한다.
진사부는 결투 후 숨진다.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 경손은 점점 더 승리 자체에만 집착해 가는 원갑과 절교를 선언하고 진사부의 수제자가 복수심에 불타 원갑이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을 살해한다. 더욱이 진사부에 대한 오해가 제자들의 거짓말 때문이었다는데 충격받은 원갑은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착한 여인 월자에게 구조된 후 고즈넉한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깨달음을 얻는다. 아버지가 왜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았는지 알게 된 그는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4대1 결투를 승낙하고 최고 경지에 이른 무술을 펼친다. 그때는 친구 경손이 다시 그의 곁에 와 있었다. 전반적으로 착한 무술영화다. 리롄제의 뛰어난 무술을 쉴 틈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하고 무술영화인데도 잔인한 장면이 없다.
더욱이 곽원갑이 진정한 무술의 정신을 일깨워가는 과정 역시 교훈적이다. 확실한 오락영화이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리롄제는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점의 의미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에서 무술이 기술적으로만 표현됐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무술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앞으로 영화에서 무술을 선보일 수 있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무술영화는 마지막이란 의미다. 오는 9일 개봉.
{img5,l,000}●‘제시카 알바’ 6년전 작품 개봉
미국판 ‘이효리’라고 불리며 국내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섹시 스타 제시카 알바. 그의 출연작 ‘파라노이드’(Paranoid:2000년)가 제작된 지 6년이 지나 지각 개봉한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파라노이드’는 영화 ‘로메로’ 등으로 알려진 영국의 존 듀이건 감독 작품. 편집증 환자란 영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이코 드라마다. 제시카 알바의 섹스 어필한 매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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