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復活節)’을 앞둔 ‘사순절(四旬節)’이 기독교에서 3월1일부터 시작됐다. 사순절은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죄와의 결별과 경건한 삶을 다짐하는 ‘40일 간의 기념일’이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6일이다. 사순절을 계산할 때는 주일을 제외한다.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부터 시작한다. 이 날을 ‘재(참회)의 수요일’ ‘성회 수요일’ ‘ 속죄일’ 등이라고 한다.
‘재의 수요일’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사람들이 참회의 뜻에서 종려나무를 태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린 풍습 때문이었다. 이는 풀이 마르고 꽃이 지듯 흙으로 태어난 인간도, 인간의 영화도 한 줌 흙으로 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독교에서 ‘40’은 섭리의 숫자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보냈다. 구약시대 모세도 시내산에서 40일 동안 금식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40년을 광야에서 방황했다.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승천까지 기간도 40일 이었다. 성경에서 나타난 40이란 숫자는 고난과 갱생의 상징이다.
초대교회 이후 신자들은 사순절을 보낼 때 고난 받으신 그리스도를 묵상하며 경건하게 생활했다. 그들은 성찬식을 준비하는 한편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금식하며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다. 경건과 성결, 절제와 사랑, 나눔과 섬김, 평화와 소망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간이 사순절이다.
올해는 3·1절이 사순절 시작일이어서 목회자들은 “내 이익보다는 민족과 공동체를 생각하며 보내야 한다”고 기독교인들에게 주문한다. 아울러 “‘옷만 찢지 말고 심장(마음)을 찢어라…’(요엘 2:13)는 말씀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 주님께 돌아올 것을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 즉 정치불안, 경제위기, 도덕적 타락, 급속한 가정 붕괴 등은 극단적인 이기주의, 향락주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욕망의 수레바퀴에 갇혀 살던 몸과 마음을 스스로 자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회자들의 설교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일상생활 중의 과오를 참회하라는 사순절의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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