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천건 정도의 성범죄가 미제사건으로 묻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신고건수와 인지사건건수 등을 합한 성범죄는 모두 1만3천446건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범인이 잡혀 해결된 것은 1만2천105건이다. 지난해 한해만 성범죄 1천341건이 해결되지 않고 해를 넘긴 셈이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수치심 등으로 실제 발생건수의 10% 정도만 신고된다는 학계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성범죄는 경찰조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그 수법이 잔혹해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이 더욱 처참하다.
그동안 아동 성폭력 범죄는 대부분 강간죄(징역 5년 이상)가 아닌 강제추행죄(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500만~2천만원)로 처벌돼 가해자가 집행유예 등으로 석방되는 사례가 많았다. 법무부가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 행위를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또 일부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친고죄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아동을 손이나 입 등으로 성추행하는 것 만으로도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유사강간죄’를 신설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방안이다. 유사강간죄가 확정되면 징역 15년(가중 처벌되면 최대 22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폭력범의 인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성폭력범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전과자일망정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란다. 지난해 전자팔찌 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던 어떤 인권단체는 “정치권이 정서와 인기에 영합해 전자팔찌 법안 등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도 “전자팔찌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또 “전자감시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특정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단체도 있어 실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 도입도 찬성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하기 좋은 말’과 ‘듣기 좋은 말’은 국민적 여론에서 이미 밀려났다. 아동 성폭행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부류들의 만행이다. ‘유사강간죄’의 처벌 규정을 극형으로 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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