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이해찬’ 살리기, 안 말린다

의혹의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을 두 가지 관점으로 본다. 골프 로비의 사실관계와 여권 내부의 기류다.

로비 의혹의 사실 관계는 우렁이 속 만큼이나 깊다. 이 총리의 부산길에 수행비서 역할을 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3·1절 골프 모임에서 과징금 얘기는 안나왔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골프회동을 함께한 Y 회장의 Y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35억원이다. 골프장에서 그런 얘기가 공개될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다. 이 차관의 해명은 상식 밖이다.

한국교직원공제협회의 부적절한 Y기업 투자는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 배경이 베일에 가려 있다. 이 총리와 Y 회장은 공생의 관계다. 의문의 사실관계에 이 총리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아직 검찰수사 단계로 볼 수 없는지 있는진 모르겠다. 언젠간 그런 단계가 되어 가해지는 사직 당국의 힘에 의하지 않고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 단계가 영 오지 않으면 진실은 묻힐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악은 구악을 뺨친다. 겉으로는 구악을 지탄하면서 속으로는 구악의 악습을 더 지능적으로 답습하는 것이 교활한 신악이다. 신악은 그리하여 신종 악의 중시조가 되는 새로운 구악으로 변모한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한다. 이것이 ‘구악+신악’이 갖는 특성이다. 이 정권의 도덕성에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이 세평이다.

이 총리 골프 의혹 파문은 여권 내부의 이상기류를 감지케 한다. 평소의 묻힌 저류를 드러내 보이는 계기가 됐다. 청와대가 총리 살리기 시도에 나선 것은 해외에 나가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모컨 작동으로 보아진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사실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하다는 사실관계의 실체는 묻어둔 채 로비는 없었다고만 무작정 우긴다. 열린우리당의 사정도 기묘하다. 정동영 의장 등 주류는 사퇴 굳히기로 나가는 반면에 김두관 최고위원 등 비주류는 살리기 방향에 긍정적이다.

문제는 5·31 지방선거다. 이 총리 골프 의혹 파문은 치명적 악재라고 보는 것이 주류의 입장이다. 지방선거 일선에서 여권의 총대를 메고 있는 정 의장 처지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청와대나 비주류측은 좀 다른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천생연분’으로 보는 생각을 옹위하려는 태세가 역력하다.

대통령이 보기엔 여권내에 이해찬 만큼 잘 할 총리감이 없고, 또 여론에 밀리면 또 밀려 레임덕의 조기화가 닥칠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므로 예의 뚝심으로 밀어붙일 속셈인 걸로 보는 것이 객관적 관측이다.

물론 지방선거의 승리를 외면한다 할 순 없다. 이 총리도 살리고, 승리를 쟁취하는 일거양득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차기 후보에 신경을 쓰는 것이 이 정권 핵심부의 계산인 게 분명하다. 난처한 것은 정동영 의장이다. 의혹의 골프 사건만으로도 악재인 마당에 유임까지 시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 하여 만약 선거에서 패배해도 이해찬 때문에 졌다고 터놓고 항변하기도 어렵다. 바가지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기 십상이다.

이 총리는 생각하는 것이나 성격이나 대통령과 거의 똑같다. 이 총리가 잠재적 대권 후보인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당에서 보는 주류·비주류와 청와대 주변에서 보는 주류·비주류는 차이점이 있다. 예컨대 정 의장은 당에서는 주류이지만, 청와대 주변의 시각으로 보면 비주류로 분류된다. 노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지금의 열린우리당으로 치르도록 놔둘 것인가 하는 의문의 전망도 없지 않다.

이 총리의 골프 의혹 파문은 사실관계의 실체가 어떻든 간에, 예정보다 빠른 이 정권 내부의 단면적 저류의 노정을 유발했다. 총리의 거취 결정은 대통령이 귀국하기까지 일주일 남았다.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면서 떠 볼 시간은 있다. 살리기 시도의 성공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총리는 물론 퇴진해야 한다. 퇴진해야 하는데도 굳이 놔두겠다면 할 수 없다. 어차피 총리가 바뀐다고 이 정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총리를 살리고자 하는 게 뚝심의 오기이든 계산된 저의이든 간에 말리지 않고자 하는 역발상을 가져 본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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