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새 수도 양곤에서 핀마나로 옮겨…천도 이유는 수수께끼

미얀마 군사정부는 지난해 11월4일 갑작스레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250년 역사의 항구 도시 양곤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밀림 속 벌목 도시 핀마나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11월11일 오전 11시를 기해 군용트럭 1100대가 11개 대대 병력 및 11개 정부 부처 공무원과 이삿짐을 싣고 양곤에서 핀마나로 출발했다. 점성술을 신봉하는 군사정부 수반 탄 슈웨(73) 장군이 수도 이전 행렬의 본진을 ‘11’이란 숫자에 맞춰 꾸린 것이다.

천도 명분은 국토 균형 발전이지만 미얀마 국민은 아직도 진짜 이유를 모르고 있다. 미국의 침공에 대비해 방어가 수월한 밀림으로 간다는 설,대도시 민주화 시위를 우려해 옮긴다는 설,점성술사의 예언 때문이라는 설 등이 분분하다. 이처럼 수수께끼 투성이인 미얀마의 새 수도가 27일 처음 외부에 공개됐다.

정부는 핀마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국군의 날 기념식을 갖고 국영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했다. 밀림에 갇혀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새 수도의 모습을 미얀마 국민이 처음 관찰하는 기회였다. 수도에는 기념식을 위한 콘크리트 광장이 3개월만에 급조돼 있었고,옛 국왕 3명의 대형 동상 앞에서 군인 1만2000명이 행진했다. 왕정체제가 아닌데도 군사정부는 수도 명칭을 ‘황도(皇都)’란 뜻의 ‘나이피다우 묘다우’로 바꿨다.

건설작업이 80% 완료됐다지만 수도는 아직 거대한 공사현장이었다. 완성되지 않은 진입로를 따라 건물 수십채가 들어서고 있고,먼지와 분진이 너무 심해 주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숙박시설이 부족해 정부는 국군의 날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베개,매트리스,모기장 등을 챙겨오도록 했다.

원래 5만명 정도이던 인구가 배 이상 늘어 기존 시가지는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에 정전이 일상화된 양곤과 달리 이 곳에는 건설작업을 위해 풍부한 전력이 공급된다. 그러나 강제로 이주한 공무원들은 아파트가 완공되지 않아 가족을 양곤에 둔 채 떨어져 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공직자는 “일부 공무원은 온종일 술을 마시거나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털어놨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군부가 수도 건설에 인근 마을 주민을 강제로 동원하는 통에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신하는 난민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유엔이 태국 접경지역에 설치한 난민촌에는 지난해 12월 이후 미얀마 난민이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또 군부가 최근 탈출로를 막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수천명이 핀마나와 국경 사이 밀림에 갇혀 고립돼 있다.

탄 슈웨 장군은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을 통해 “문민정부 구성은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민주화 압력에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얀마 군부통치는 1962년부터 44년째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집권한 탄 슈웨는 1990년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에게 패했으나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계속 권좌에 앉아 있다. 수치 여사는 2003년 5월부터 3년 가까이 연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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