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표 노래가 아닌 곡으로 승부하겠습니다.”
2005년은 미디엄 템포의 친숙한 멜로디에 이별을 묘사한 애절한 가사,호소력 짙은 남성 보컬이 어우러진 발라드가 대세를 이뤘다. 이런 노래를 한마디로 ‘SG워너비 스타일’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타임리스’ ‘죄와벌’ ‘살다가’ 등 1,2집 노래들이 모두 사랑을 받았고 특히 2집은 지난해 50만장에 가까운 대히트를 기록했기 때문. 이후로 신인은 물론 기성 가수들까지도 이들의 스타일을 쫓아가는 현상까지 있었다.
그런데 다르다. SG워너비가 오는 11일 3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인터넷으로 미리 공개한 타이틀 ‘내사람’은 SG워너비 스타일이 아니었다. 유럽의 민속풍 악기가 어우러진 전주부터 약간 빨라진 템포,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의 밝은 가사,정제된 창법까지.
3집 앨범 발매에 앞서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SG워너비 멤버들은 “미디엄 템포의 노래가 너무 많다는 비판도,그 때마다 우리 이름이 맨 처음 거론된다는 점도 잘 안다”고 입을 모았다. 억울할 만도 하지만 이들은 그런 비판을 부인하지 않았다.
“우리가 1집을 낼 때는 세븐,비 등의 댄스음악이 주류였고 감수성 짙은 노래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사랑받을 수 있었죠. 그렇지만 비슷한 노래가 홍수를 이룬 데 책임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변하는 게 맞다고 봐요.” 채동하(25)의 이 말에 김용준(22)도 “미디움 템포 노래는 처음에는 느낌이 강하지만 곧 질린다는 단점도 있어 이번에는 비슷한 음악이어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컸다”고 덧붙였다.
‘내사람’은 SG워너비의 ‘광’,김종국의 ‘제자리걸음’ 등을 지은 조영수 작곡가의 곡이긴 하지만 되도록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곡을 처음 받았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녹음이 끝난 후 들어봤을 때 셋이 함께 펄쩍펄쩍 뛰었을 정도로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네 번 녹음을 했는데 처음에는 기존 스타일대로 슬프게 불렀다가,다음에는 건조하게 불렀다가,또 그 다음에는 중간쯤으로 불러보면서 느낌을 찾아갔어요. 새로 시작하는 사랑 앞에서 벅차고 기쁘면서도 지난 아픔들에 가슴 아리는 듯한 묘한 감정을 살릴 수 있었죠.”(채동하)
‘내사람’,그리고 함께 사전 공개된 ‘사랑했어요’는 이미 인터넷에서 1,2위를 나란히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 13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첫 단독 콘서트도 갖는다.
데뷔 2년만에 한국 대중음악계를 흔들 만한 대형가수가 된 SG워너비. 그러나 “우리가 대형가수라고요?”라고 되묻는 김진호(20),동생들에 대해 “착실하다. 노래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기 바쁜 채동하,“그런데 ‘내사람’ 정말 괜찮나요?”라고 조심스레 묻는 김용준에게서는 아직 연예인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풋풋함이 묻어났다.
“방송활동 많이 하면서 오빠부대를 끌고 다니는 가수는 아니니까요. 알려졌구나 하는 느낌은 공연장에서 확인하는 정도죠. 이번 앨범도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노래만 계속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맏형의 말에 해사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두 동생들. 이들에게 한국 대중음악계의 고질적 병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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