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독창적인 스토리 매력적인 ‘달콤,살벌한 연인’

신인 감독에 최강희 박용우를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고백컨데 ‘달콤,살벌한 연인’에 대한 인상은 그냥 그랬다. 로맨틱 코미디라면 마르고 닳도록 보아온 관객의 입장에서 ‘그 장르에 창의적이라 한들 그게 그거 아냐?’ 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큰 기대없이 극장을 찾았건만 뜻밖이었다. 영화는 새롭고 독창적이다. 살벌할 정도의 상상력은 로맨스와 코미디,그리고 스릴러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친절한 금자씨’가 연애를 하는 격이다.

30대 초반의 대학 영문학 강사 황대우(박용우). 그 나이 되도록 키스 한 번 못해본 그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따지는 여자들이 유치하기만 하고,무식한 여자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그런 그의 마음에 들어온 여자가 있었으니 같은 오피스텔에 이사온 미나(최강희)다.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중인 그녀의 집에는 수준 높은 미술서적이 가득하고 대화도 통할 것 같다.

미나는 연애에 대해선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대우에게 첫 키스의 기쁨과 데이트의 설렘을 안겨주고,평생 처음으로 사랑을 하게 된 대우는 미나에게 푹 빠진다. 그리고 여느 연인들처럼 다투고 화해하며 친해져가는데,미나가 점점 수상해 보인다. 그 유명한 ‘죄와 벌’이 뭔지도 모르고 집에 걸려 있는 몬드리안이 화가인지 책 이름인지도 헷갈려한다. 게다가 유흥가에서 막 나온 듯 불량해보이는 친구(조은지)와 같이 사는 것도,불량배처럼 생긴 남자들이 집에 드나드는 것도 수상하다.

영화는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에서 시작해 미나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스릴러를 비장의 카드로 빼들었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코믹하다.

영화 ‘혈의 누’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던 박용우는 그의 출연작 중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멀쩡하게 생겼지만 약간의 강박관념을 지닌 어수룩한 남자 역에 제격이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의 당당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언제나 전형적인 연기와는 거리를 두며 특정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을 경계해왔던 최강희도 달콤 살벌한 여인 역에 딱 들어맞는다. 두 주인공 못지 않게 칭찬받아야 할 인물은 미나의 친구 장미 역의 조은지. 영화 ‘눈물’로 데뷔한 후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눈길을 끌었던 조은지는 훌륭한 조역이란 이런 것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인 손재곤. 2000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 ‘너무 많이 본 사나이’에 이어 2002년 패러디영화 ‘재밌는 영화’의 각본을 썼다. 원래 도스토예프스키적인 분위기의 시나리오를 쓰려고 서해 어느 바닷가에 갔다가 한달만에 서울에 돌아왔는데 여자친구가 보내온 “우리 그만 만나”라는 이메일을 보는 순간 인류 구원의 문제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백 권의 위대한 문학 작품을 읽어보시라. 그 또는 그녀가 보낸 문자 메시지 한 줄을 이길 수 있나. 다시 한번 그 백 권을 살펴보시라. 도대체 사랑을 다루지 않은 작품이 몇개나 되는지.” 이렇게 말하는 감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무리 잘난 척해도 연애는 유치하다는 것. 그래도 이 단순한 메시지를 찾아 떠나는 2시간의 여정은 살벌하지만 즐겁다. 4월6일 개봉. 18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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