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인터뷰-경기도 출신 감독 이하.린다린다린다

● 인터뷰/매력적인 ‘여교수’를 탄생시킨 경기도 출신 감독 이하

평범함 거부… “깨어있는 영화 만들것”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생각해요. 9번의 기회가 똑같이 찾아오고 이중 세 번의 위기와 세 번의 찬스가 역시 똑같이 부여됩니다. 다만 어떤 팀이 더욱 노력하고 믿음을 갖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죠.”

언뜻 보면 주말에 개막하는 국내 야구 관계자의 말처럼 들릴테지만 전혀 아니다. 얼마전 데뷔한 영화감독의 변이다. 그의 인생철학, 그리고 영화에 대한 가치가 야구와 닮았을 뿐이다.

이하 감독(32)이 메가폰을 잡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흥행성적만 놓고 보았을 때 기대 이하다. 개봉 3주가 지난 현재 전국 관객 70만명으로 추산되는 수치는 손익분기점인 100만명에 비해 분명 모자라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한 눈치.

“개봉 날짜가 지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과 일본의 첫 대결 때였는데, 영화보다 야구경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야구 마니아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결과에 대해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 그랬나 봐요. 하지만 영화 자체에는 지금도 대만족입니다. 배우나 스태프 등 누구랄 것도 없이 후회 없어요.”

실상 그는 겉으로 보면 영화계에 큰 어려움 없이 발을 들였다.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여교수…’를 통해 대상을 차지했으며 곧바로 감독의 역할을 맡았다. 조감독이나 스태프 등을 거치지 않았고 어찌보면 일종의 ‘엘리트 코스’를 밝은 셈.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럴만한 연유는 충분했다.

단국대학교 영화과 출신인 이 감독은 소위 ‘단편영화’계에선 꽤 알아주는 인물이다. 2000년 때밀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조명한 ‘용산탕’을 비롯해 2003년의 ‘1호선’ 등은 그의 대표작.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걸 느꼈습니다. 공부를 하며 영화를 찍을 때는 일기를 쓰는 듯한, 개인적인 작업의 성향이 컸었는데, 번듯한 극장에 내걸릴 영화는 ‘상품’적 이미지가 많았어요. 물론 그렇다고 단순히 상업적 효용만 높은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 감독은 ‘여교수…’가 상영되는 내내 네티즌들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 평론가나 기자들의 평은 좋았지만 일반인들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임하는 그의 가치는 한결 같은 눈치다.

“무턱대고 대중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인으로서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어느 정도의 타협도 필요하겠지만 이를 위해 제 소신을 굽히진 않을 겁니다.”

안양 신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감독은 부친이 오랜 공직생활 끝에 도내 모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지내고 있을 만큼 보수적 환경에서 자랐지만 ‘사상’은 깨어 있다. 항상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열정은 ‘여교수…’의 배우 캐스팅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문소리씨는 영리한 배우에요. 연기력도 이미 검증된 상태였죠. 지진희씨도 마찬가지지만 드라마 ‘대장금’에서의 모범적 이미지가 조금 망설이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첫 미팅 때 (지)진희씨가 너무 털털하게 옷을 입고 나온거에요. 본인도 그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한거죠. 그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여교수…’를 찍으며 한 쪽 귀의 청각을 잃을 만큼 열정을 다한 그. 최근까지 10여 편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집필할 만큼 노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다음 영화는 두 남자가 벌이는 로드무비가 될 것이라 귀띔하는 모습에서 ‘여교수…’와 같은 또 한 번의 신선한 발상이 기대됐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린다린다린다

한·일 벽 허무는 청소년들의 우정

지난 98년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배두나는 인형같은 외모는 아니었지만 큰 인기를 끌었다. 큰 눈에 뭉툭한 코, 껑충하게 큰 키. 여기에 순진무구한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매력 등으로 그는 단숨에 신세대 아이콘으로 자리를 매김했다. 이후 성공적으로 연기자로 데뷔,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대표적인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의 데뷔 당시 매력을 다시 엿볼 수 있는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그런데 한국 영화가 아닌 일본 영화다.

여학생 스쿨밴드 이야기를 다룬 ‘린다린다린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에서 배두나는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송으로 출연했다. 2년 전 제작된 영화지만 배두나의 모습은 고교생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다.

시바사키고교 학생들은 교내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밴드 멤버 교코(마에다 하키 분), 케이(가시이 유〃), 노조미(세키네 시오리〃) 등도 축제에서 멋진 음악을 선사하며 고교생활을 마감하고 싶지만 아직 보컬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릴만큼 초조한 형편. 보컬이었던 린코(미무라 다카요〃)가 케이와의 불화로 탈퇴한 뒤 보컬을 하겠다고 나서는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축제를 3일 앞두고 다급해진 멤버들은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송(배두나〃)에게 보컬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송은 일본말에 서툴러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응”이라고 대답해 엉겁결에 밴드에 합류한다.

송의 노래를 처음 접한 멤버들의 입에선 “이거 너무하네”란 푸념뿐. 그러나 이들은 밤을 새우며 맹연습에 돌입한다. 영화 ‘린다린다린다’는 스쿨밴드를 소재로 음악을 통해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그렸다.

라이브로 모든 노래를 소화하는 배두나는 연기는 물론 노래를 통해서도 본인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극중 송이 일본말 실력이 달릴 때 우리말을 사용하는 장면이나 송을 좋아하는 일본 남학생이 한국말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등은 재미있으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오는 13일 개봉.

{img5,l,000}● 가수 ‘팀버레이크’의 스크린 활약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LL 쿨J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했는데도 ‘에디슨시티’는 한 새내기 배우에 주목하게 된다. 캐머런 디아즈의 연인이면서 엔싱크의 리드 보컬로 미국의 대표적인 섹시 가이로 손꼽히는 저스틴 팀버레이크(25)가 주인공.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가수들의 스크린 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팀버레이크란 대형 기대주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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