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감히 비교나 되겠습니까. 그저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는 생각입니다.”
일본에서 5년 이상 활동한 중견 가수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미자의 딸로 더 많이 알려진 정재은(42)이 오는 18일 국내에서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
10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가요무대’ 리허설에 한창인 정재은을 만났다. 어머니도 종종 불렀던 최양숙의 ‘황혼의 엘레지’를 부르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일본 가요계에서 활동해서인지 한국 여가수들보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색적이었고 그러면서도 얼굴과 음색만큼은 어쩔 수 없이 혈연을 상기시켰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7일 인터넷에서 공개된 신곡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설운도가 작곡한 곡으로 1980년대 발라드 풍인 ‘이젠 내가’에 대해 그는 “저를 잘 아시는 분이 지어주셔서 그런지 저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라며 “제 또래의 40대 전후 여성들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는 엔카 가수로 알려졌지만 저는 굳이 구분하자면 J-POP과 엔카 사이에 위치한 가요를 불러요. 중년 세대를 위한 노래죠. 일본에서도 사실 입지가 좁은 영역인데 요즘 들어 차츰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요. 한국에도 중년 세대를 위한 신곡은 거의 없다죠? 이번 앨범을 계기로 다소나마 활성화된다면 좋겠네요.”
어머니는 두살 때 아버지와 이혼한 뒤 거의 만나지 못했지만 타고난 재능은 숨길 수 없어 여덟살이던 1972년 유니버설 레코드사에 의해 데뷔했던 정재은. 그러나 이미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고교시절인 1981년 발표한 ‘항구’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어야 했다. 1999년 아버지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가수 활동을 재개했으나 만만치 않았다.
“일본에는 신인가수가 전국 레코드숍을 다니며 노래하는 관례가 있어요. 구멍가게 앞에 나무 상자를 놓고 노래하는 경우도 많죠. 처음 도쿄 길거리에서 노래할 때는 비가 억수같이 내려 보는이가 하나도 없었어요. 얼마나 울었던지요. 그렇게 1년반을 했더니 이름이 조금 알려지더군요. 지금도 길에서 그런 신인가수를 보면 마음이 짠해요.”
그런 노력 끝에 9개의 싱글,3장의 앨범을 냈고 2000년 42회 일본 레코드 대상 신인상을 받는 등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두 번의 대수술을 하고 호르몬제의 영향으로 목소리가 굵어지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이 닥쳤다. 겨우 완쾌된 지금 그는 국내에서 또다른 도전에 나선 것. 앨범 ‘이젠 내가’는 다음달 일본에서도 발매돼 양국을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다.
지난해 TV 토크쇼에서 어머니와의 뜸한 관계를 밝힌 후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일을 물었다. “걱정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그렇지만 모녀 관계에는 남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오직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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