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화

프랑스어인 마담(madame)은 기혼녀의 존칭으로 원래 상류사회에서 썼다. 우리 말로 치면 여서(女史)쯤 될 것 같다. 여사란 또 고대 중국에서 후궁의 기록과 문서를 관장했던 여관(女官)의 직함에서 유래됐다.

마담의 직역어는 부인이다. 그런데 이 고급용어가 국내에서 평가절하된 것은 다방 여종업원의 관리인을 마담으로 부르면서였다. 다방은 한국동란 때 성업을 이루면서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업종이다. 지금은 사양업이 됐지만 사무실 없는 브로커에겐 사무실로, 갈곳없는 실업자들에겐 휴게실로 또는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곤 했었다. 전쟁 때 이중섭이 저명한 동물그림을 담뱃갑에 그렸던 곳도 다방이다. 다방 주인이나 주인 대리인 여성을 마담으로 부르다보니 술집에서도 마담이란 말이 생겼다.

프랑스어의 미혼녀 존칭은 우리 말로 양(孃)이란 뜻이 되는 마드므와젤(mademoiselle)이다. 그런데 프랑스 여성단체들이 결혼에 관계없이 여성을 마담이라고 불러달라고 정부에 청원하고 나섰다. 남자는 기혼이든 미혼이든 무슈(monsieur) 하나로 통하는데 여성만 마담, 마드므와젤로 구분하는 것은 남녀차별이란 주장이다. 프랑스 여성단체의 마드므와젤 없애기운동은 일종의 세태 반영이다. 동거여성의 마드므와젤이 많은가 하면 나이든 독신의 마담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

미스(Miss), 미세스(Mrs)를 통틀어 일컫는 미즈(Ms)란 말이 나온 것은 유엔에서 비롯됐다. 여성외교관들 중에는 라이스 미국무장관처럼 나이는 많아도 독신여성이 적잖아 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랑스 고급 용어인 마담이 국내에서 고급스럽지 못하기는 지금도 다름이 없다. 아마 ‘○○○여사’ 대신 ‘○○○마담’이라고 부르면 화를 낼 여성이 많을 것이다. ‘마담 버터플라이’는 미군과 일본 여성의 비련을 주제로 한 롱의 유명한 가극으로 ‘나비부인’이란 뜻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예컨대 특수층 중매의 뚜장이를 가리켜 ‘마담 뚜’라는 비속어로 인용해 쓰인다. 국어사전에도 ‘부인, 유한~, 술집이나 다방 또는 여관 같은 데의 안주인’이라고 ‘마담’을 설명해놨다.

언어문화의 유행과 언어문화의 정서 차이를 마담이란 말을 통해 또 한 번 실감한다.

/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