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부부가 만날 일은 의외로 많다. 목돈이 없어 위자료를 할부로 주기 위해,함께 가던 단골 음식점에 습관적으로 갔다가,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을 돌려 주려고. 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에선 이혼한 남녀가 완전히 정을 떼지 못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서성거린다.
만나서 연애하다 결혼하면 끝나는 대부분의 드라마와 달리 ‘연애시대’는 이혼한 지 1년6개월된 부부가 주인공이다. 헤어진 후에도 어찌된 일인지 마음을 접지 못하지만 겉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표현 못하고 오히려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기를 응원해주고 있다.
모처럼 잘 만든 드라마를 TV에서 만나는 일은 즐겁다. ‘연애시대’의 미덕을 꼽아보자. 우선 등장인물들이 건강하다. 이혼한 부부인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를 주축으로 동진의 오랜 친구 준표(공형진)와 은호의 동생 지호(이하나) 모두 캐릭터가 살아있다. 보통은 주연배우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악역이나 그렇고 그런 삼각관계가 등장하게 마련인데 ‘연애시대’의 인물들은 다들 이유가 있고 공감이 간다. 초반부 동진을 집착이다 싶을 정도로 따라 다니던 미연(오윤아)이 뜻밖의 순간에 쿨하게 돌아섰고,은호를 좋아하던 남자(이진욱)도 깔끔하게 사라지며 박수를 받았다.
대신 극 중반에 들어서며 동진과 은호에게 각각 다른 남녀가 등장해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감우성 손예진 공형진 등 영화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기 어렵고,신인 이하나는 어디에 이런 배우가 숨어있었나 싶을 만큼 발견의 기쁨을 준다.
드라마의 형식 또한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미국 ABC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시키듯,드라마의 시작과 끝에 독백체의 내레이션을 넣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특히 주인공의 독백으로 표현되는 섬세한 심리묘사 또한 발군이다. 이를테면 동진의 독백.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영화 ‘고스트 맘마’ ‘하루’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한 세련된 화면,은근한 유머와 발랄한 분위기,감독의 아내인 노영심씨가 작곡한 OST 음악 등은 속깊은 매력을 채워준다. 다만 간접광고의 영향으로 주인공들이 밥이 아닌 도너츠만 먹는 장면은 이제 질린다. 메뉴를 좀 바꿔주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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