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방송,예능프로들까지 판박이

방송 3사가 동시에 월드컵 중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예능 프로들까지 판에 박힌 듯한 포맷의 월드컵 관련 프로를 방송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8일 버라이어티 예능쇼가 방송되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에 MBC와 SBS에서는 월드컵 평가전 중계가 연달아 전파를 탔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가 26일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와의 평가전,SBS ‘일요일이 좋다’의 특집코너 ‘신화는 계속된다 어게인 2002’가 23일 세네갈과의 평가전 현장 중계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방송한 것.

이에 대해 방송 직후 SBS가 MBC 프로를 베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탁재훈 윤정수 등 인기 MC들이 관중들 틈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고,자사의 축구해설자의 중계 모습을 중간 중간 내보내는 한편 방송 전후 경기장 앞에서 해설자와 선수들을 만나보는 등의 형식이 이경규 조형기가 진행하는 MBC 프로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방송되는 KBS ‘해피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코너 역시 월드컵이 시작되면 비슷한 형식의 현장 중계를 내보낼 계획이다. FC슛돌이 어린이 선수들을 월드컵 기간 독일로 데려가 관중석에서 우리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전·응원하는 모습을 전한다는 것.

이처럼 비슷한 코너가 일제히 방송되는 것은 MBC ‘이경규가 간다’가 2002년 대히트를 기록한 것에서 비롯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시작된 이 코너는 2002년 월드컵에 관한 소소한 뒷얘기조차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점을 놓치지 않고 경기장 구석까지 카메라로 비추는 새로운 중계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따라 타 방송사도 시청률을 노려 이 코너를 모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월드컵 열기를 틈타 타 방송사 프로 형식을 따라가는 것은 심하다”는 반응이다. 또 진행자들간의 수준낮은 잡담과 거친 언행에 대한 지적은 MBC와 SBS 두 프로 모두에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월드컵으로 정말 관심을 끌고싶다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라. 대충 프로그램 급조해서 돈벌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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