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심학산 프로젝트’ 전시작품 옮겨지거나 멸실
5·31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한껏 달아 올랐던 지난 5월. 파주 심학산에선 전시된 작품 훼손이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파주와 고양을 경계로 위치한 파주출판단지 인근에 우뚝 자리잡은 심학산의 생태보호를 위해 이 지역 작가들이 자연미술제를 열었다. 그러나 파주시로부터 위탁받은 파주산림조합이 생태숲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작품 15점중 절반 이상을 망가뜨렸다.
◇심학산 프로젝트
지난 10여년 전부터 고양과 파주에는 넓은 작업공간을 찾기 위한 조각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조각가 100여명과 화가(도예가 포함) 200여명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몇년 전부터는 고양 구산동과 성석동 일대 작가들이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열었다.
‘심학산 프로젝트’는 심학산 주변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 2월 심학산에 관심 있는 작가들을 모으고 매주 작품 발표와 토론 등을 거쳐 전시 기획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여기서 탄생된 그룹 ‘공룡’은 강인구·김석희·김경숙·김성래·나인주·문윤형·박예철·서송·유재명·장상희 등 16명.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심학산 정상에 위치한 산책로 3.5㎞에서 펼쳐지는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 중심으로 운영된다. ‘공룡’은 전시기금 마련을 위해 소품전(지난달 5~14일)과 워크숍(〃 6일) 등을 열었고 푸르뫼창작공간 및 파주환경운동연합, 심학산지킴이 등과 연대하기도 했다. 전시와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도 마련했다. 나눔미술교육연구회가 주관한 자연미술전시투어를 비롯, 심학산 숲교실, 곤충교실, 환경사진전, 자연미술체험 등이 그것이다.
◇훼손된 작품들
지난달 30일 오전 작가들은 작품이 훼손됐다는 전화를 받고 하나둘씩 심학산 야외 전시장을 찾았다.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파주시가 선정한 M시공사는 산책로 주변에 바위덩어리 10개를 곳곳에 적치하는 과정에서 작품 15점중 일부를 훼손했다. 훼손된 작품들은 물고기 모양으로 땅을 판 후 크고 작은 돌을 넣은 장진연의 ‘천수답’과 페트병으로 사람의 손가락을 만든 서송의 ‘사라지는 기억’ 등이다. 여기에 오세춘의 ‘기억나지 않는 풍경’과 나인주의 ‘청산별곡’ 등은 포크레인과 화물트럭 등이 지나가면서 작품이 옮겨지거나 멸실됐다.
조각가 서송은 “인위적으로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며 “작가들이 심학산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작품을 파괴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혜경 심학산지킴이 회장은 “행정당국이 가시적 성과를 위해 인공적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건 자연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M시공사는 산책로 조성과정에서 4~5t 무게의 고인돌 2기를 조경공사 목적으로 산책로 인근으로 5~6m 이동시켜 원형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문의(031)923-2256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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