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은 전유성,‘다큐지컬’은 강인봉이 처음!

“전유성 선배님이 ‘개그맨’이란 말을 만드셨다면, ‘다큐지컬’은 강인봉씨가 만들었습니다.”

최근 ‘죽지 않아’ 송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포크 듀오 나무자전거(강인봉·김형섭)가 개그맨 김학도와 의기투합했다. 9∼11일 대학로 질러홀에서 ‘학도야, 나무자전거 타고 놀자’라는 콘서트를 함께 여는 것. 개그맨과 가수가 공연한다는 것만 해도 낯선데, 이들은 공연 장르로 ‘다(多)큐지컬’을 내세웠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나무자전거의 연습실을 찾았다.

‘다큐지컬’이 뭡니까

‘다큐지컬’이 뭐냐는 질문에 김학도가 먼저 나선다. “전유성 선배님이 ‘개그맨’이란 말을 만드셨다면, ‘다큐지컬’은 강인봉씨가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낯설어 하시지만 2007년엔 인기 장르로 자기매김하리라 확신합니다.”

명명자 강인봉에게 그 뜻을 물었다. 강인봉은 “‘다(多)큐지컬’은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 리얼리티 프로그램,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형식의 공연입니다. 개그맨과의 공연을 준비하면서 개그맨은 개그맨대로 그의 장기를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노래만 해서는 의미가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장기를 살리면서도 함께 어울리고 뒤섞일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뽑은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고 밝혔다.

인봉은 메텔, 형섭은 철이, 학도는 기장!

여러 장르가 혼합되면 다소 복잡하지 않을까. 강인봉이 나름대로 준비한 ‘교통정리’의 묘안을 일러준다. “기차를 타고 저희와 여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남역도 있고 사랑, 이별, 축하, 동화, 손님, 사연역도 있고 축제역을 거쳐 종착역인 지구에 도착하는 여행입니다. 각 역은 막과 막으로 나뉘고, 역마다 이름에 걸맞은 노래나 뮤지컬, 이야기 등이 선보여 집니다. 사연역에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 사랑을 고백하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습니다.”

김학도는 “여행 중에서도 우주여행, 기차 중에서도 은하철도 999호입니다. 인봉 형님이 메텔, 형섭 선배가 철이, 제가 기장입니다. 정말 ‘딱’ 어울리지 않나요?. ‘이번에 정차할 역은 사랑, 사랑역입니다’ 같은 역 안내 멘트도 실제 지하철 안내방송을 맡았던 성우분이 하셨으니 분위기 제대로 살 겁니다”라며 부연 설명에 열심이다.

김학도 “내가 박자만 맞추면 공연준비 끝”

왜 하필 김학도일까. 강인봉은 “사실 학도씨와 나무자전거는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학도씨가 형섭씨 대학 후배기도 하구요. 사실 오랜 친분에 비하면 늦게 뭉친 거죠. 학도씨가 개그만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노래도 합니다. 학도씨에겐 기성 가수가 놓치기 쉬운 가수로서의 장점이 있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거죠. 직업으로 노래를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노래를 사랑하고 기쁘게 부르는 마음을 잊게 되거든요. 물론 성대모사, 입담 등 그의 장기를 살려 저희 공연을 빛내주리라 생각합니다”라며 함께 공연하는 김학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학도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박자만 맞추면 됩니다. 그 박자 맞추기를 위해 여기 계신 두 분, 특히 학교 선배이신 김형섭씨의 모진 구박을 받으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에 마음에 상처도 받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오랜 기간 연습해 왔습니다. 제 노래 연습이 공연 준비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연 때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대해 김형섭의 변명 아닌 설명은 이렇다. “학도는 스스로 본인의 기대치를 낮추고 있어요. 프로처럼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도가 ‘이만하면 됐죠’라고 물으면 ‘네가 가진 걸 좀더 표현해줘’라고 주문한 게 사실입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상처까지….”

나무자전거+김학도=?

나무자전거의 ‘나이테+’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노래 도중 손수건이나 휴지를 급하게 찾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마치 내 사랑과 슬픔을 아는 듯 구체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가사에 고운 선율이 더해지고, 대한민국 최고의 맑은 고음을 가졌다는 김형섭과 사람의 귀가 아닌 마음을 파고드는 강인봉의 목소리에 눈물이 절로 흐르기 때문. 그런 나무자전거의 공연에 웃음과 재미가 더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대학로를 찾아보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