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번 다시 괴물 영화 찍지 않으리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찍으면 정말 잘할 것 같기도 해요.”
봉준호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8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괴물’ 제작보고회 현장에서였다. 수백 명의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룬 현장이었지만 봉 감독의 얼굴에서는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읽혔다.
영화 ‘괴물’은 이미 지난달 59회 칸 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상영돼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미국을 비롯한 10여개 국가에 230만 달러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외화벌이를 하게 돼 기쁘지만 영화에는 한국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과 유머가 있어 외국 관객은 100% 이해 못할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 개봉(7월27일)이 더 기다려지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괴물의 실체가 일부 공개됐다. 봉 감독은 “서울 사람이면 하루 한 번은 보게 되는 익숙한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것이 영화의 출발인 만큼 등굽은 물고기에 기반을 둔 현실성 있는 괴물을 구상했다”면서 “63빌딩 부술 정도로 커서는 안되고 주연배우 송강호와 마주 섰을 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반지의 제왕’,‘킹콩’의 특수제작업체로 괴물의 모델링을 담당한 ‘웨타워크샵’ 관계자들은 괴물의 최종 디자인을 보고 “동양적인 느낌이 있다”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봉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살인의 추억’에서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과 배우 변희봉,송강호,박해일,배두나를 다시 기용했다. 이에 대해 “영화 기획 당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에 나를 무조건 신뢰해줄 것 같은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나 또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을 괴물이 아니라 그에 평범한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평범한 수준에도 못미치는 문제 많은 이 가족들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괴물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약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준 적이 있었던가를 되돌아보는 데서 영화의 메시지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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