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호흡한 세계의 문화
말은 안통해도 몸짓, 발짓, 눈빛은 만국공통어. 평화를 기원하는 춤이 무대위에 펼쳐지고 관객들의 소탈한 웃음이 터진다. 한켠에서 ‘징’으로 장단을 맞추는 외국여인과 무대위 젊은 예술가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그려진다.
동양적 의상을 입고 활을 걸친 이들은 마음의 다툼과 미움을 활로 쏘아버리고 세상의 평화와 안녕이 깃들길 기원한다. 둥굴게 둥굴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이들 사이로 관객들이 섞여 들어가기 시작하고 흥에 겨운 아이는 수줍어하는 엄마를 두고 맨발로 혼자 무대위에 올라 춤사위에 빠져든다.
이 무대를 기획한 현대무용가 Lin Lerner씨(미국)는 티베트 전통춤을 한국의 무용수들에게 전수했다. 티베트 전통춤은 쉽고 따라하는 재미가 있어 관객들의 참여를 부담없이 이끌어 냈다.
‘Green People’을 주제로 문을 연 제12회 안성죽산국제예술제(9~11일·용설아트스페이스·이하 예술제)는 자연과 인간, 예술의 조화를 모토로 열렸으며, 이에 예술이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짜여져 관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가능케 했다.
이번 예술제는 (사)웃는돌이 주최했으며, 국외7팀, 국내14팀이 참여한 가운데 외국인들과 뒤섞인 관객들이 부담없이 편안한 웃음으로 하나된 현장이었다.
친구를 따라 예술제에 참여한 김은진씨(28·인천)는 홍신자씨의 책을 보고 오게 됐다며 “틀에 박힌 회사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접하는 문화생활이 마음에 든다”며 만족했다.
자원봉사로 참여한 최혜민씨(25·여)는 새내기 영어선생님이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며 “예술과 문화의 별세상에 온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을 가르친지 이제 3개월이 됐는데, 학교에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이 곳에서 겪은 다양한 문화체험들을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흘러 어둑한 8시30분. 보름달이 뜬 초여름밤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야외 데크에선 현대판 쥐불놀이인 파이어쇼(Fire Show)가 열렸다. 흡사 옛부터 정월대보름이면 횃불을 땅에 꽂고 소원을 빌거나 논밭에 불을 질러 잡귀와 해충을 쫓는 ‘쥐불놀이’를 연상케 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에서 온 케티야와 미락은 비 속에서 로프에 붙인 횃불을 곤봉다루듯 돌리며 묘기를 부렸으며, 관객들은 환호성으로 답례했다.
한밤중 이어진 ‘인도네시아 그림자 인형극’에서는 5명의 인도네시아 예술인들이 그림자극과 함께 춤과 공연을 선보여 이색적인 향취를 선사했다. 부드러운 관록이 넘치는 몸짓에 자연의 미가 담겨 알 수 없는 대사가 오고가는 와중에도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이번 예술제는 동유럽, 미국, 중국 등 여러 민족이 모인 자리인 만큼 여러 종교와 문화가 만나 더욱 이색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타 민족에 대한 이질감없이 잘 융화된 모습을 보였으며 적극적인 관객참여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홍신자 예술감독은 “매년 예술제마다 애착이 가지만, 이번 예술제는 특히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이 조화되는 자리”라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즐길 기회 제공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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