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윤아씨 ″내 속에 숨겨진 진실을 들키는 두려움″ 올 첫 공포 ’아랑’ 첫선

‘그 해 처음으로 개봉하는 공포영화는 대박이 난다’는 속설이 ‘아랑’으로 입증될까.

올 여름 첫 공포를 여는 영화 '아랑'이 2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첫 선을 보였다. 상영되는 내내 장내에는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고 화면에서 튀어나와 관객을 압도하는 공포에 문득문득 괴성이 울렸다.

영화는 끔찍한 귀신의 형상이나 적절한 시점에서의 돌출적 등장만으로 관객을 두렵게 하지 않는다.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그에 대한 추적, 원혼이 지닌 한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씨줄날줄을 꿰어가며 이야기는 시종일관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팽팽하게 진행된다. ‘속에 감춰둔 진실’이 나에게 ‘치명적’인 것일 때 느끼는 공포가 귀신과 맞닥드릴 때 느끼는 공포보다 ‘치명적’임을 웅변한다.

‘아랑’이 장편 데뷔작인 신예답지 않은 안상훈 감독의 연출력이나 분장 등의 특수효과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주연을 맡은 송윤아와 이동욱의 연기다. 으레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이나 귀청을 찢는 비명을 인상에 남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태풍의 눈’처럼 공포의 한가운데 위치하되 한 발짝 떨어진 인물들처럼 차분하고 냉정하다. 여기에 ‘아랑’의 반전이 숨어있고, 이야기의 해결과 영화의 끝을 보는 재미가 잉태된다.

여형사 민소영 역을 맡은 송윤아는 “시나리오의 소영이는 건조하고 중성적이고 멋있는 여자였다. 욕 한마디를 해도, 담배 한 대를 피워도 멋스러운 여자였다. 처음엔 그런 걸 잘 표현해 내고 싶었다. 그러나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작품들을 해서인지, 여러분들께 익숙한 송윤아의 이미지가 좀 부담이 됐던 것인지 촬영이 다가오면서 걱정이 됐다. 이런 나의 고민을 감독께서 잘 받아들여 주셨고 원안 캐릭터에서 송윤아 식으로 수정이 가해졌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송윤아는 “제가 잘 표현해 냈는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아픔을 지녔으되 내색하지 않는 터프한 여형사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겸손하기는 이동욱도 마찬가지. 첫 영화 연기임에도 관객을 감쪽 같이 속일만큼 ‘반전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도 “출연한 드라마를 가족들과도 못 보는 성격인데 첫 영화를 수백 명과 함께 보려니 민망하다. 내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다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답했다.

‘홍길동전’ ‘Pass Over’ 등의 단편으로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안상훈 감독. 안 감독은 “밤에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정통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만들고 보니 ‘호러 스릴러’라는 변종 장르를 만들게 된 듯하다. 사람이기에 할 수 있고 생길 수 있는 실수와 상처, 오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는 말로 연출의 변을 대신했다.

‘아랑’은 안상훈 감독이 쓴 시나리오 ‘라인’에 우리의 전통설화인 ‘아랑설화’의 옷을 입혀 만들어진 영화로 오는 28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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