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장사’와 ‘냉면장사’

현 도 관 토지공사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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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해 전 지방산업단지를 맡아 분양 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고객이 찾아와 “공장용지 2천평 정도가 필요한데 평당 분양가가 얼마인지”를 물었다. 35만원이라 답하자 “보상가는 얼마냐”고 물었다. 평균적으로 따진다면 평당 18만원 정도 될 겁니다하고 대답했더니 대뜸 “이야, 토지공사 장사 잘 하네. 앉아서 한두해 만에 두 배를 버네”라고 말했다.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관련법상 공사가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분양하게 되면 조성원가로 공급하는데 조성원가에는 보상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주대책비, 개발비, 간선시설비, 판매관리비, 금융비용 등 보상비 만큼이나 많은 비용이 들며, 택지개발사업과는 달리 산업단지의 경우에는 공사가 전혀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고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았다. 순간 ‘아, 이게 공사의 현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안타까운 마음에 씁쓸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얼마 전 공사의 최근 5개년간 개발이익이 자그마치 11조원에 달한다는 눈길을 끄는 기사를 접했다. 뿐만 아니라 이익금으로 콘도를 구입하고 직원 수를 마음대로 늘렸다는 것이다. 갑자기 옛일이 떠오르며 그 때 그 고객보다 더한 오해와 불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내용처럼 총 공급금액에서 단순히 보상비와 개발비만 차감해 11조원으로 계산한 것은 명백한 계산 오류다. 5천원짜리 냉면 한 그릇에서 면발 값 500원만 제한다고 냉면장사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육수도 만들어야 하고 계란이나 배 같은 부대 재료에 주방과 서빙하시는 분도 있어야 하며 전기료, 가겟세도 내야 할 것이다. 육수는 냉면 맛을 풍부하게 해주니 간선시설이라 하겠고 부대재료는 이주대책비라 할 수 있겠다. 여기다 인건비와 전기세 같은 관리비용을 제해야 제대로 된 이익이 나온다.

‘장사’라 함의 사전적 의미는 “이득을 얻으려고 물건을 팔거나 사거나 하는 일”로 명시되어 있다. 이런 땅장사라는 표현은 공공기관 본연의 기능을 소홀히 한다는 질책성이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토지공사도 공공성과 기업적 성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만일 이익을 못내고 손실을 입었다면 땅장사라는 질책보다 훨씬 더한 질책이 있을 거라고 본다. 더군다나 토지공사의 개발이익은 콘도를 구입하거나 직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냉면장사가 이익을 내면 직원 봉급을 더 주든지 가게를 넓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토지공사는 그럴 수 도 없고 또 당연히 그래서도 안된다. 콘도구입과 같은 자본예산의 지출이나 인건비, 신입 직원의 채용 등은 개발이익과 관계없이 별도 예산으로 모두 정부의 사전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개발이익은 관련법상 자본금 적립, 국가정책 사업수행을 위한 사업자금으로 적립되거나 국고에 납입되어 이익금 전액이 국가 균형발전과 우리 사회의 편익증진을 위해 재투자되는 것이다.

공사는 나름대로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혁신 노력을 기울여 이제 어느 정도 건전한 재무구조 아래 혁신경영의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실과는 다른 몇몇 오해들로 인해 공사는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왜곡되어 평가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 되었건 공사의 홍보담당자로서 여태 공사를 제대로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면서 오늘도 어찌하면 이러한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현 도 관 토지공사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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