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프로그램들은 여러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고 이것은 멈출 수 없는 우리의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사담 후세인과 피델 카스트로, 카다피 등 현대사의 주요 인물을 잇따라 인터뷰하고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에미상을 12번이나 받은 존 알퍼트(57.Jon Alpert) 감독이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마스터 클래스 강단에 서기 위해 내한했다.
1972년 DCTV(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를 설립해 방송 매체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큐멘터리로 미디어 운동을 벌여온 존 알퍼트 감독은 12일 EBS 도곡동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독립 미디어이고 아웃사이더로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것을 하지만 돈과 상업주의에 영합하지 않는 차별성을 갖는다"며 DCTV의 성과를 설명했다.
다음은 존 알퍼트 감독과의 일문 일답.
-- DCTV를 설립한 계기와 지금까지의 성과는.
▲ DCTV를 만든 것은 지역 활동을 더 나은 의료와 주거, 교육 문제 등에 확대해 역량을 결집하자는 것이었다. 1978년에 했던 청소년 프로그램이 가장 보람있었는데 정부가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였을 때 8명의 학생과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금은 250여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가난해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지만 TV를 보며 컸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상도 타고 세계도 여행하는 흥미로운 계기들을 만들고 싶었다.
-- 한국에서도 퍼블릭 액세스(시청자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데 경험에 비춰 조언한다면.
▲ 미국에서 퍼블릭 액세스는 정치권과 국회의 제한으로 위험에 처해있다. 퍼블릭 액세스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수익원이 없을 경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지원책이 있다면 퍼블릭 액세스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방송을 빠뜨릴 수 없는데 여기서는 쌍방향 정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성공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1988년에 한국과 관련된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 올림픽이 시작되기 2주 전에 한국에 왔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 한국 정부에서 5개의 프로그램을 금지시켰는데 그 중 4개는 내 것이었다.(웃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강했지만 노숙자나 노점상, 경기장 터에 살던 주민들에게는 심하게 대했고 그런 얘기들로 'Victims of Progress(진보의 희생물)'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항상 발전이 있으면 희생이 있지만 발전이라는 기차에 모두 탈 수 있어야지 어떤 사람들을 밀어내면 안된다.
-- 카스트로나 후세인을 인터뷰했던 것은 어떤 의미였나.
▲ 우리는 독립 미디어이고 아웃사이더다. TV에 방송되려면 기존의 방송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 돈이나 상업주의에 영합하지 않아 차별성이 있고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다른 리포터들이 감수하지 않는 위험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엄마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말 안듣고 다 하는 것이다.(웃음)
--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 5월말 이라크의 육군 병원에 실려오는 부상자들을 찍어 이라크전의 대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바그다드ER'을 HBO 방송국을 통해 내보냈고 3~4번 방송됐는데도 계속 방송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또 군 부대에서도 방송되고 있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쿠바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는 피난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약물중독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마약을 끊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각종 피드백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 8월13일이 카스트로의 80세 생일이라 인터뷰를 위해 각종 매체의 경쟁이 심하다. 예전에는 NBC에서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가 없어 인터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젊은 리포터들을 육성해내고 싶고 각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
/연합뉴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