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먼저 구애하면 ‘괴물’(?)… TV 속 틀에 박힌 여성 캐릭터

가수 김현철을 사이에 두고 조혜련과 현영이 구애작전을 펼친다. 현영은 특유의 섹시하고 수줍은 캐릭터로 김현철을 유혹한 반면 조혜련은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대시했다. 김현철이 조혜련의 적극적 태도를 “나 (이 프로) 안 할래!”라는 대사로 일축하자 조혜련은 순간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지난달 11일 방송된 KBS 1TV ‘여걸 식스’ 중 ‘짝궁 정하기’라는 코너의 한 장면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TV속 남녀 캐릭터’라는 보고서에서 이 코너가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나 전통적 기준에 도전하는 여성을 ‘괴물’로 규정한 남성의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성역할을 무비판적으로 그려내는 TV 프로그램의 획일성은 드라마에서 더욱 심각하다.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에 대해 보고서는 여성 등장인물 대부분이 소비성이 강하고, 남성의존적인 최악의 캐릭터들로 조합돼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극단적인 소재나 계모는 악의 화신이라는 전근대적 발상 등은 ‘공중파 드라마로서 최소한의 수준도 갖추지 못한 작품’이라며 평가절하했다.

KBS 2TV의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도 마찬가지다. 큰딸은 이혼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며 자존심마저 내팽긴다. 이혼녀라고 쉽게 성폭행하려는 남성이나 현실문제에 너무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주부의 캐릭터도 문제다. 또 외모를 이용해 신데렐라가 되려는 셋째딸과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고 가족들에게 이끌려 결혼하는 막내딸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MBC 주말드라마 ‘불꽃놀이’는 신나라와 오순이 여사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을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하고,전형적인 남성중심적 사고를 가진 신나라 아빠의 물리적·언어적 폭력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구슬 협의회 출판공보위원은 “남성적 상상과 시각에 따라 여성의 이미지와 역할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TV가 변화하는 다양한 현대 여성상과 리얼리티를 수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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