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유바리영화제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도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유바리 시민들과 함께 영화제 재건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고마쓰자와 요이치(56)씨가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6) 게스트 자격으로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90년 유바리영화제 첫회부터 지금까지 17년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영화제의 산증인이다. 1985년 출범한 도쿄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대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판타스틱영화제를 개척한 인물.
1996년 부천시의 초청으로 부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전 준비를 위해 내한하는 등 유바리영화제를 모태로 만들어진 PiFan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외신을 통해 전해진 유바리영화제의 존폐 위기와 관련, 현재의 상황부터 물었다. 유바리시는 급증하는 부채를 이기지 못해 6월 말 국가에 파산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시 재정상태가 파탄에 이르게 됐습니다. 탄광지역이었던 유바리가 번성했을 당시에는 인구가 12만 명이나 됐습니다. 그러나 탄광업이 쇠퇴하자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제를 준비할 당시에는 인구가 2만 4천여 명에 지나지 않았어요. 경제도 어려웠고요. 그래서 당시 유바리 시장이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저에게 영화제를 해보자고 제의했던 겁니다."
고마쓰자와씨는 "제1회 행사와 비교하면 영화제 참여 인구가 3배나 늘었지만 현재 인구는 점점 더 감소해 1만 3천 명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첫회 당시에 비해 9천여 명이나 줄어든 인구만큼 영화제 예산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시장이 바뀌면서 영화제가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돼 자원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영화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다"면서 "시민들이 영화제를 위해 힘을 모은다면 거기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에서는 유바리영화제를 어떻게 살릴까 고민 중"이라고 "영화제 규모를 줄이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마쓰자와씨는 영화제 성공요인으로 유바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때묻지 않은 일본의 전통 등을 꼽았다.
"유바리는 일본의 오래된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입니다. 영화제 개최 첫회에 프랑스 르몽드지가 유바리영화제를 '현대 일본의 동화'라고 표현했을 정도니까요. 또한 영화인들의 교류장소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축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칸영화제처럼 프로페셔널한 영화제도 있지만 유바리영화제처럼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는 영화제도 있다"면서 "부천시가 PiFan을 준비할 당시 지역축제로서의 영화제로 만들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천시의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 해촉 사건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마쓰자와씨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김 전 집행위원장과 부천시의 충돌은 PiFan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PiFan을 칸처럼 전문적인 영화제로 만들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지역 축제 성격을 원했던 부천시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에도 수명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해 폐지된 도쿄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예로 들며 "영화제도 관객의 기호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마쓰자와씨는 지난 13일 PiFan 개막식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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