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쉰들러, 욘 라베의 선행 영화로 제작

일본군에 의한 1937년 난징(南京) 대학살 당시 중국인 25만명의 목숨을 구해준 `중국판 오스카 쉰들러' 욘 라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24일 최근 중국과 일본간 외교적 냉각관계 속에 재조명 돼온 독일인 라베의 행적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된다고 보도했다.

대학살 당시 지멘스사(社) 직원으로 난징에 근무하던 라베는 현지의 외국인 선교사, 기업가, 학자 모임을 이끌면서 `국제안전지대'를 만들어 이 곳에 25만여명을 피신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적십자 깃발이 그려진 침대시트가 벽에 둘러졌던 안전지대 안의 사람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밖에 있던 30만명은 일본군에 희생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나치 당원이었던 라베는 당시 일본-독일의 동맹관계를 이용, 일본군 병사에게 자신의 나치 완장을 흔들어보임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난징대학살에 앞서 그해 8월 일본의 공습이 시작되자 자신의 앞마당에 대피소를 만들어놓고 폭격을 피하기 위해 이곳을 대형 나치 깃발로 덮어놓았다.

선장의 아들로 1882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라베는 1908년 중국에 왔고, 2년 뒤 지멘스에 입사해 이 회사 난징사무소장으로 발령받던 1931년까지 베이징(北京)에서 일했다.

난징대학교의 탕다오루안 교수는 라베가 틀림없이 정치에는 무관심한 인도주의적 성향의 인물이었을 것이며, 나치에 가입한 것은 난징에 독일학교를 세우는데 필요한 지원을 얻으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선행으로 나베는 여전히 난징 주민들에게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특히 그가 1938년 강제로 난징을 떠나게 되자 3천명의 여성이 길가에 무릎을 꿇고앉아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베는 1천200쪽에 달하는 일기를 통해 난징대학살 당시의 일본군 만행을 생생하게 고발했으며, 이 일기는 1997년 출판됐다.

라베는 귀국 후 일본군 만행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중국 사태에 히틀러를 개입시키려 하다가 체포돼 독일 비밀경찰의 심문을 받은 뒤 "입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가 지멘스에서 일하려고 다시 귀국했으며, 종전 후에는 나치의 사상에서 벗어나 중국에 있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생활하던 중 뇌졸중으로 1950년 사망했다.

지멘스의 도움을 받아 라베의 집을 기념관으로 꾸며온 난징대는 내달 이를 개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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