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꾼, 쌈꾼만 있다

말꾼, 쌈꾼, 일꾼이 있다. 우린 지금 어떤 ‘꾼’ 속에서 사는 것인 지 생각해 본다.

민중은 아우성이다. 되는 장사가 없다고 야단들이다. 싹수도 안보인다. 건설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상을 드러내면서 2분기 성장률이 급락, 더 수렁 깊은 하강 국면을 예고한다. 한국은행의 경제지표다. 원인은 처방이 잘못된 부동산 규제에 있다. 쇠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죽이는 형국이다.

민초는 빚투성이다. 금융부채만도 가구당 평균 금액이 3천500만원 대다. 이 몇년 새에 약 60%가 늘었다.

나랏빚도 늘었다. 2002년말 134조원이던 나랏빚이 지난해말 248조원이 됐다. 약 85%가 불었다. 이 또한 가구당 금융부채 금액을 웃돈다. 국민의 세금은 갑근세 등이 크게 느는 등 조세부담률이 20.2%로 약 0.7% 포인트가 높아졌는 데도 나랏빚은 빚대로 느는 심각한 재정 악화를 가져왔다. 나라나 가계나 빚으로 살림을 꾸리는 빚더미 속에서 산다. 엄청난 나랏빚은 나라살림을 잘못산 대통령이 갚는 게 아니다. 이러고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전직 대통령 예우 받으며 잘 먹고 잘 산다. 민중만 그가 남긴 나랏빚 갚으랴, 가계빚 갚으랴 허리가 더 휠 판이다.

이러고도 말은 번드레하게 한다. 대통령이란 사람은 ‘크게 보아 경제가 잘돼간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란 사람은 ‘그래도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말꾼들이다. 일꾼은 없고 말꾼들만 설쳐대는 세상이다.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케 한다’더니, 이제 와서는 정부 산하 업체 자리란 자리는 다 낙하산부대로 채워 놓고는 ‘코드인사가 일을 더 잘한다’고 우긴다. 말 놀음이 마침내는 국무회의가 장관들 말 연습시키는 자리로까지 전락했다. 국회에서 ‘미국은 오류가 없느냐’고 반문하라고 예시하는 등 교지내린 이해찬식 되받아치기 답변교육을 제대로 이행못하는 장관은 이제 목이 위태로울 판이다. 미사일을 둘러싸고 사이가 더 벌어진 미국과도 그렇다. 미국은 다만 서로가 이용할 뿐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상대지만 더 큰 오류를 저지른 건 말꾼이다. ‘미사일이 아니고 위성일 것’이라며 헛다리 짚어놓고 부리는 안방 허세는 모양만 사납다. 일꾼의 말이 아닌 말꾼의 말이기 때문이다.

일꾼 아닌 쌈꾼의 말은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특성이다. 불법파업을 일삼는 노동단체에 국민 세부담의 뒷돈을 대주는 것은 그 사례 중 하나다. 전교조 조직이 북의 ‘현대조선력사’ 책을 교재용 통일자료집으로 베껴쓴 이상한 풍조가 나온 것도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쌈꾼의 소치다. 공권력의 무중력 상태는 대북관계의 혼돈을 유발했다.

동포애의 대북지원이 인도주의를 넘어 맹종적 추종으로 가는 것은 그 종착역 이름이 뭣인지를 의심케 한다. 미사일 이후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한 것은 국민정서를 고려한 눈치보기일 뿐 무슨 구실로든 곧 주지못해 안달인 기색이 역연하다. 열린 민족공조가 아닌 닫힌 민족공조로 가는 대북 영합은 남쪽도 북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고립을 가져온다. 그 종국은 참담하다. 열린 민족공조를 거부하는 쌈꾼의 부단한 도전은 이래서 경계의 대상이다.

말꾼들은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안쓴다고 한다. 권력의 우산 아래에서 저네들은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다. 민중이 못사는 것은 돈 벌이가 안되는 탓이다. 굳이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기보단 인위적 기업규제를 푸는 것이 제대로 가는 처방이다. 뛰어난 기술경쟁력과 인적자원을 지닌 국내 기업이 권력의 과잉규제로 묶여있는 것을 풀어주면 설비투자의 활성화로 문젠 절로 해결된다. 이토록 부당하게 꽁꽁 묶인 각종 기업규제를 푸는 게 정당하다고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규제가 정당하고 해제는 부당하다고 보는 말꾼, 쌈꾼들이다. 이념경제 신앙의 주술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사회 양극화도 못사는 사람을 잘 살게 끌어올리는 양극화 해소가 아니고 잘사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을 양극화 해소라고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끌어내려 공부 못하는 학생 만드는 것을 평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경쟁은 기회 박탈이고 무경쟁이 기회의 균등이라고도 한다.

권력자들만 잘 사는 게 아니고 민초들이 잘 살아야 할 터인 데 걱정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성장을 저해하는 평등관은 경쟁이 더욱 치열한 미래의 국제사회에선 북녘처럼 식량 거지노릇 하기가 십상이다.

일꾼은 없고 말꾼과 쌈꾼 뿐인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이 딱 서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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