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관록과 패기의 조화 '플라이 대디'

관록 있는 이문식과 패기만만한 이준기 콤비의 조화가 썩 괜찮다. 군데군데 보이는 이야기의 허점이 두 사람의 연기 앙상블로 인해 비록 힘겹지만 그럭저럭 메워지며 두 남자의 성장영화로 완성됐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 역을 맡은 이후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2006년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이준기.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 제작 다인필름ㆍ가드텍)는 '왕의 남자' 개봉 전 처음엔 탐탁치 않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한 이준기의 인기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게 된 영화가 됐다.

아무래도 이준기의 연기에 쏠렸던 관심은 아직은 그가 신인급이라는 사실과 '왕의 남자'에서 보여줬듯 만만찮은 집중력을 가졌다는 점을 동시에 확인시켰다. 설익었지만 앞으로 잘만 부대끼면 연기자들이 단순히 직업을 표현하는 단어 이상의 의미로 여기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을 듯.

풋풋한(?) 이준기를 보완해주고 이끌어주는 배우는 이문식이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표현하는데 특별한 재주를 선보이고 있으며, 겸양을 포용한 관록을 갖췄다. 오락가락, 갈 지(之)자 행보를 면치 못한 채 흥행에서 참패한 '공필두'에서조차 그의 연기는 아까울 정도로 중심이 잡혀 있었으니. 이문식은 몸을 내던지는 육체 연기와 살가운 웃음을 주는 코믹 연기로 강약을 조절하며 이야기의 단순함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극복한다.

'플라이 대디'는 소심하고 평범한 샐러리맨 39살 장가필(이문식 분)과 반항적이지만 깊은 상처를 짐작케하는 19살 고승석(이준기)을 내세운 '투 톱' 남성영화다. 두 남자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던 '야수' '태풍' '사생결단' '강적' 등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 형식 영화의 흐름과는 달리 내용 면에서 훨씬 편안하다. 재일교포 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원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내와 딸 다미, 셋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장가필은 부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앞으로 7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미가 노래방에서 웬 놈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한다.

다미를 때린 학생은 돈과 권력을 쥔 집안의 아들. 교감은 이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한편 은근히 다미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들을 향해 아무런 항변조차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딸은 더 충격에 빠진 채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무너져내린 듯한 장가필에게 고승석이 나타난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창가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는(시작부터 의도했든 안했든 멋진 이준기를 드러내려 하는 대표적 장면) 승석은 냉소적으로 그를 대하지만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3년 연속 복싱 챔피언인 가해학생을 패고 싶다는 가필의 훈련을 돕는다.

'징하고' 독한 훈련이 시작된다. 10분 만에 남산 계단 오르기, 철봉 매달리기, 날아오는 공 피하기 등등. 승석은 가필에게 반말을 하고, 가필은 승석에게 존댓말을 하는 전형적인 사제 관계가 된다.

험한 훈련을 겪으며 두 사람은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는 와중에 이들에게도 갈등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가필의 훈련에 내기를 건 사실을 알게 된 가필이 심한 배신감을 갖게 되는 것. 그러나 두 사람은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며 승석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반경 1m 세상밖에 보지 못했던 가필은 좀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며, 자신만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승석에게는 기댈 언덕을 만들게 된다.

영화 초반은 지루함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사건의 발생-전개-결말 역시 예상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장가필 중심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승석의 고민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그렇지만 가필뿐 아니라 승석의 친구조차 하나같이 착한 마음 씀씀이는 관객에게도 비판의 칼날 대신 착한 심성을 심어놓으려 하고, 욕심 부리지 않은 메시지 전달은 부담 없는 성장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를 편하게 이끄는 동력중 하나는 음악. 메인 음악인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더불어 친숙한 노래와 느슨한 극 흐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음악의 공이 크게 다가온다.

이준기는 '여자 같은 남자'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왕의 남자'와 달리 17:1의 대결에서 승리할 만큼 전설적인 싸움꾼으로 180도 방향을 확 튼다. '예쁜' 미소에 '터프'한 남성미까지 갖췄으니 이준기 팬들에게는 더없는 선물이 될 것.

8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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