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잡지사를 무대로 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코미디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올 여름 할리우드 의외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메릴 스트립이 까다롭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스타덤에 오른 앤 해더웨이가 스트립에게 온갖 구박과 부림을 당하는 스트립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출연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여러 에피소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프랭켈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달 30일 '수퍼맨 리턴즈'와 같은 날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제작비 3천500만 달러의 작은 영화. 1억 달러 심지어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들이 즐비한 여름 흥행시장에 개봉한 작은 영화 중 하나지만 26일(현지시각) 북미시장 박스오피스에서 총수입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더욱이 개봉 이래 매주 흥행수입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추세라면 현재까지 모두 1억1천7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파경'을 제치고 올해 최고 히트작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흥행 성공 요인으로 통상적인 할리우드 마케팅에서 벗어난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꼽았다.
화려한 패션계를 무대로 삼아 여성 취향의 영화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영화의 재치와 유머를 부각시키고, 남녀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악몽의 화신 같은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 폭넓은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할리우드리포터가 특히 평가한 폭스의 마케팅 기법은 우선 기존의 예고편들과 다른 예고편의 제작.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 보여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 시작 부분을 그대로 예고편으로 사용했다. 또한 중학생 관람가 등급의 영화임에도 약간 대범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악마의 창을 굽으로 한 빨간 구두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포스터를 제작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결코 가볍지 않은 코미디로 격상시킨 메릴 스트립의 무게감과 뛰어난 연기, 그리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요지경 패션계에 적응해가는 역을 맡은 앤 해더웨이 등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 점이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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