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를 죽인다?…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합병으로 일자리를 없앤 주주들을 다 죽인들 무슨 변화가 있을까? 천명의 직원을 해고한 사장을 죽인들 뭐가 달라질까? 내가 없애야 할 것은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실직으로 실의에 빠진 이 남자의 독백은 따로 떼어놓으면 엉뚱하게 들리지만 영화 ‘액스,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속에서는 충분히 공감을 산다. 재취업을 위해 살인을 결심한 주인공 브뤼노(호세 가르시아)의 아이디어는 비극적이게도 꽤 그럴 듯하다.

나와 같은 일자리에 지원할만한 사람들의 이력서를 모두 구한 뒤 나보다 나은 조건의 사람들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의 현역 직원을 죽이는 것. 물론 비슷한 처지의 구직자가 수십 수백에 달한다면 어렵지만 브뤼노처럼 총 6명만 해치우면 되는 경우에는 유혹당할 만한 방법이다.

특히 브뤼노는 15년간 한 회사에 근속하며 한 업무만 팠던 인물. 감원대상이 됐을 때 “능력이 있으니 일자리 찾기는 식은죽 먹기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후 2년 반 동안 한 일이라곤 전과 똑같은 업무 분야에 이력서를 내는 것뿐이었다.

영화는 그렇게 하나의 세상밖에 모르던 브뤼노가 같은 처지의 다섯 실직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블랙 코미디로 그렸다. 웨이터,양복점 직원으로 소일하기도 하지만 우체통 앞을 서성이거나 면접을 보자는 거짓 전화에 반색하고, 자괴감과 적대감에 빠져 있는 그들은 거울을 보듯 브뤼노와 똑같은 남자들이었다.

상식적으로 예측한다면 브뤼노가 이 불쌍한 남자들에 대한 살해 계획을 포기하고 건설적 대안을 찾아야겠지만 영화의 흐름은 그리 쉽게 짐작할 수 없다. 그러기엔 브뤼노가 빠져있는 절망이 의외로 깊었던 것.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애정과 신뢰를 회복하는 에피소드가 다뤄진 후에도 그는 ‘일자리를 되찾아야 내 인생을 찾는다’는 신념을 놓지 못한다.

‘Z’ ‘계엄령’ ‘미싱’ 등 정치영화를 만들어온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작품이어서인지 코미디의 외피 아래 놓인 날카로움이 범상치 않다. 원작은 미국 소설 ‘더 액스’. 10일 개봉. 18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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