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日배우’ 오다기리 조 주연 영화 두 편

여기,한 두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관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증거가 하나 있다. 지난 주 ‘괴물’과 ‘각설탕’에 이어 예매율 3위에 오른 영화는 일본 작품 ‘유레루’였다. 이 영화의 개봉관은 현재 전국 6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0일 개봉 후 5일간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거의 전회 매진을 기록한 결과다.

최근 티켓링크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를 물은 조사에서 60% 이상 네티즌의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오른 오다기리 조가 주연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 마니아층을 가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에 출연한 이후 그는 한국 관객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17일에는 오다기리 조가 주연한 또다른 영화 ‘빅 리버’가 개봉한다. 이 역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단관 개봉한다. 비록 상영관을 찾아가기는 어렵지만 주연 배우의 매력 외에도 장점이 많은 두 영화를 소개한다.

◇유레루=‘흔들리다’는 제목의 이 영화는 어느 형제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주유소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고향을 지키는 형 미노루(카가와 테루유키),도쿄로 나가 사진작가 일을 하며 자유분방하게 사는 동생 타케루(오다기리 조). 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으리라는 점은 예상하기 쉽다. 여기에 형이 관심을 가져온 여자 치에코를 두고 형제의 감정이 얽히는 것도 어찌보면 뻔한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인물들의 감정,그리고 그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다.

사건은 타케루가 충동적으로 치에코와 관계를 가진 다음 날 셋이서 계곡으로 놀러가면서 벌어진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 형과 있던 치에코가 아래로 떨어져 죽는 광경을 목격한 타케루는 형의 무죄를 밝히려 백방으로 뛴다. 그러나 언제나 믿음직하던 형이 차츰 불만과 적개심을 드러내자 타케루는 자신의 기억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단정한 옷차림과 소년같은 헤어스타일로 어딘지 중성적 매력을 보였던 오다기리 조는 이 영화에서 거친 듯 세련된 외모와 함께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다. 담담하게 진행되면서도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연출도 뛰어나다.

◇빅 리버=미국 애리조나 주의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는 펑키 스타일의 여행자 테페이로 등장한다. 영어로 대사를 하는 탓에 일본어 연기보다 감정의 진폭은 덜 명확하지만 타인에게 열린 듯 하면서도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젊은 초상을 잘 그려낸다.

집나간 아내를 찾으러 가는 파키스탄인 알리(카비 라즈),답답한 삶에 염증을 느낀 서부의 금발 미녀 사라(클로에 스나이더),그리고 테페이 이렇게 셋은 한 차를 타고 사막을 달린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지만 셋은 길지 않은 여정 동안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다.

LA,뉴욕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을 한 번도 비추지 않고 먼지가 희뿌연 사막만 보여주면서도 9·11 테러 이후 훨씬 배타적인 미국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독특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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