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의 방송을 금지할 정도로 문화적 규제가 심하고 여건이 좋지 않은 이란에서 교향악단을 지휘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은 부족하고 여성 단원들은 머릿수건을 두르고 있어야 하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같은 작품을 연주하려면 보수파들의 혹독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테헤란 교향악단을 새로 이끌게 된 수석 지휘자 나데르 마샤예키(48)는 어려운 상황을 힘들이지 않고 뛰어 넘었다.
그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맡았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넘치는 인물이다.
단원 80명의 이 교향악단은 20일 독일 오스나브뤽에서 열린 동방 축제 행사 연주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과 베토벤의 교향곡 7번 외에 미국 록 뮤지션 프랭크 자파의 곡까지 연주해 1천400명 청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마샤예키 자신의 작품을 포함해 이란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도 공연한 테헤란 교향악단의 이날 연주는 독일과 이란 간 문화 외교 행사로 준비된 것이다.
교향악단 단원중 일부로 구성된 테헤란 신포니에타도 26일과 27일 독일에서 공연을 갖게 된다.
마샤예키는 빈에서 수년간 지휘자로 활동한 후 지난 4월 테헤란 교향악단을 맡게 됐다.
그보다 앞서 이 악단을 맡았던 알리 라흐바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가 보수파의 비판을 받았다.
1979년 이란 혁명의 성공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집권하게 된 이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공연한 것은 라흐바리가 처음이었다.
혁명 초기 좌파와 세속주의 세력이 공연한 이 작품을 이슬람세력이 외면한 때문이다.
이슬람 정권 아래에서 서양 음악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에 있었고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마침내 지난해 10월 서양 음악의 방송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란의 TV와 라디오 방송에서는 여전히 서양 고전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테헤란 교향악단의 오스나브뤽 공연도 이란 TV방송이 녹화했다.
마샤예키는 테헤란 교향악단의 앞날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단원들에게 길은 언제나 있고 우리는 그 길을 찾을 것이라고 얘기했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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