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재미있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던 적이 있다. 하나는 요즘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초중고생의 국어실력이 형편없으면서도 영어시험은 잘 본다고 한다. 또 하나 기사는 감사원이 재외공관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에 파견된 공무원의 영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을 두고 보는 양면의 모습이다. 분명 영어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도와 같은 영어권의 나라가 IT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영어능력이라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이점이다. 그래서 영어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외 유학이다, 조기 영어교육이다 해서 영어에 관련되어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모든 논쟁과 관심의 중심을 들여다보면 왜 영어를 잘 해야 하고, 어떻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기준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영어 열기가 드센 나라치고 ‘영어로 말은 하지만 영어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필자가 영어를 혼자 힘으로 터득해 영어 칼럼니스트와 외국어 컨설턴트로도 활약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서 영어를 잘 한다고 하면 국어의 구사력이 철저한 가운데 영어 표현력과 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어를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니라 국어와 영어라는 매체를 통해 지적 능력을 다양하게 키울 수 있으며 지식 정보의 수준을 넘어 지혜의 사고 구조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자녀들의 영어 열풍을 보면서 점검해야 할 사항을 필자의 체험에 비추어 몇 가지만 지적해 보도록 한다.
첫째, 자녀들의 영어교육은 국어실력을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영어의 어려운 단어 ‘caterpillar’는 쓰면서 이를 우리말로 ‘에벌레’, ‘애벌래’라고 쓰는 학생이 70%였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이런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영어를 잘 하기에 앞서 먼저 국어능력 미달로 도태되기 쉽다.
둘째, 조기교육이든 아니든 영어와 국어의 동시 교육은 주도면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녀들의 두뇌 지력이 형성되는 시기에 언어의 구조가 정반대이고 언어가 내포하는 문화가치가 다른 두 가지를 체득하게 될 때 자녀들은 잠재의식 속에서 ‘언어의 주변인(marginal man)’ 이 되어 정체성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셋째, 영어교육 시 부모가 먼저 영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분명 영어를 익히면 시야나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지게 되어있다. 그러나 감수성이 민감한 시기에 영어를 배우는 자녀를 체계적으로 계도하지 않으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감성이나 정서가 고착될 수가 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영어교육을 하기에 앞서 부모들이 영어교육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언어 지식을 통해 글로벌 경쟁시대의 ‘지혜’를 얻는데 있다. 성공학의 대가 스티븐 코비는 앞으로 인간사회는 지식정보 시대를 지나 지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교육당국에서도 영어교육이라는 단순한 사안만 다룰 것이 아니라 그 교육이 가져올 사회문화적 결과도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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