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서가 이덕화 목소리 더빙한 사연

"부탁해요~"라는 멘트로 1980년대 TV 쇼 프로그램 인기 MC로 활동했던 배우 이덕화. 1988년도 그의 젊디 젊은 모습이 영화에서 되살아났다. 그런데 목소리는 그의 것이 아니다. 개그맨 최병서가 그의 목소리를 더빙했다.

화제의 영화는 28일 개봉할 안성기ㆍ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아침).

19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 분)과 그의 20년지기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덕화는 하얀색 드레스 정장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1988년도 MBC TV 연말 가요 프로그램인 '가요대제전'을 진행하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그의 옆에는 역시 곱디고운 조용원이 마이크를 잡고 서 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순서인 가수왕을 발표하는데, 영화에서는 최곤의 이름이 호명된다. (실제로는 '신사동 그사람'의 주현미가 수상했다.)

화면은 당시의 방송 화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됐다. 문제는 최곤이 허구의 인물인 만큼 대사 더빙은 다시 했어야 하는 것. 그런데 이덕화의 목소리를 이덕화가 아닌 최병서가 했다. 더빙할 당시 하필이면 이덕화가 KBS TV 드라마 '대조영'을 촬영하다 낙마,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처음에 성우를 섭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용기 조감독이 과거 최병서가 이덕화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었던 사실을 상기, 최병서에게 목소리 더빙을 제안한 것. 최병서는 오랜만의 실력발휘 기회에 흔쾌히 응했고, "1988년 MBS 가요대상, 영예의 대상, '비와 당신'의 최곤!"이라는 대사를 이덕화와 꼭같이 소화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덕화와 최병서의 차이를 눈치챌 수 없게 됐다.

제작사 영화사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최병서 씨가 이덕화 씨 목소리를 더빙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남들은 절대 모른다"면서 "오히려 이덕화 씨보다 더 이덕화 씨 같은 목소리"라며 웃었다.

한편 조용원의 경우는 대사가 "축하드립니다"로 짧아 전문 성우를 섭외해 더빙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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