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언젠가 연기에 내 삶이 묻어날 것"

솔직히 참 안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다. 10년 전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에 주인공으로 덜컥 캐스팅되고 '스물넷'에 이어 2002년 당시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였던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에 당당히 남자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을 때만 해도 그는 말그대로 '전도양양한' 신예 배우였다.

그런데 '성소'가 '블록버스터의 재앙'으로 불릴 만큼 참담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난 뒤 김현성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변했다. 그 후 오랜 기간 불러주는 데가 없었고, 회심작으로 출연했던 TV 드라마 '북경 내 사랑'마저 시청률 5% 남짓한 저조한 기록을 보이고 말았다.

드라마틱한 연기 인생을 겪어온 김현성이 모처럼 영화에 출연했다. 14일 개봉하는 '두뇌유희프로젝트-퍼즐'(이하 '퍼즐')에서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청부살인업자 정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벌써 10년이네요. 돌이켜보면 '성소'가 끝난 후 2~3년 동안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지 못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못한 일이에요. 언젠가 고생고생하며 지낸 이런 내 삶이 연기에 묻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초 뮤지컬 '록키 호러쇼'에 출연하며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도 했다. 뮤지컬 출연은 오히려 영화를 더 그리워하게 만들었고, 소극장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또다른 욕구를 자극했다.

뮤지컬에 출연했을 당시 캐스팅된 '퍼즐'에서 그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정을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 떠올랐습니다. 감독님이 타란티노감독을 좋아해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모방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일단 저는 이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목표는 '유약하고 여린 청춘'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것이었다. "조금은 냉소적으로 보일 만큼 강한 이미지, 딱 부러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정을 통해서 김현성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목표가 그것이었다면 김현성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영화 구성이나 캐릭터 자체가 불만족스러울지언정 다섯 명의 남자 배우들, 그 중 특히 관객에게 낯설었던 김현성과 규 역의 박준석은 눈여겨볼 만한 연기를 해냈다. 돈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뭉친 생면부지의 다섯 남자가 맞닥뜨린 비극적 상황은 인간의 믿음이라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러가지 제작 여건이 안좋았던 데다 마케팅 과정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축처럼 보이게 돼 아쉽기는 하지만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성소' 개봉 전에는 시나리오가 쌓일 만큼 찾는 곳이 많았으나 '성소'가 참패하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굴곡 큰 부침을 겪었던 그는 이제 소박한 목표를 정해 앞으로 나아간다.

"'많이 해봐야 (연기력도) 는다'는 말 뜻을 잘 알겠더군요. 어느 한 장면이든 인상적인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연기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역이든, 김현성 식으로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퍼즐'은 이런 저의 각오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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