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지상렬 다 내가 가르쳤죠″

개그맨 김경민은 의외로 꾸밈 없이 솔직하고 담백했다. 어린이같은 스타일로 한때 시청자들의 눈을 종종 부담스럽게 했던 그였다. 한 방송사의 ‘호기심 천국’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처럼 평소에도 조그만 털복숭이 캐릭터 가방을 등에 메고 커다란 오리신발을 신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그를 마중 나갔다.

매니저와 함께 등장한 그의 첫인상은…. 삼십대 초반? 방송인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더니 그 사이 나이도 먹지 않았나 보다. TV 화면으로 보던 얼굴과 별로 차이가 없다. 주름살도 별로 없고…. 키가 182㎝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모자를 꼭 눌러 쓴 모습이 나름대로 깜찍 스타일이었다.

연예인들은 끼가 줄줄 흘러 엄청난 말솜씨로 정신을 쏙 빼놓을 것이라는 환상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얌전했다. 조근조근한 말솜씨에 겸손함까지 완전 매너맨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셨느냐’는 나름대로 준비한 질문에 “요즘 방송은 안하지만 현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활동사항을 소상하게 늘어 놓았다.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이름은 ‘김경민의 이젠 정말 떠야한다!’란다. 주로 토크쇼형식으로 진행되다 노래 한두곡을 들려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고민이나 사연들을 주로 보내 오는데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청취자들의 고민들이 사라진다나?

그는 개그맨 시험에 응시한지 5번만에 4전5기로 SBS 공채 1기가 됐다. 당시 개그 컨셉은 ‘일본까기’. “아이디어 남발죄로 현상금 1억원인 이 사람을 체포해야 SBS를 살릴 수 있다”는 멘트로 공들인 이력서는 현상금 포스터처럼 만들었다. 덕분에 공채 1기에 1등 입사의 영예로 기자와 인터뷰도 하고 생각보다 크게 기사까지 나갔다. 시작이 좋다 싶었다. 다 좋았는데, 이름이 ‘김경민’이 아니라 ‘김경식’으로 나갔다고 크게 웃는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덕분에 틴틴파이브 김경식만 덕을 봤다나.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 익어 편한 대화가 오고가자 반은 장난스럽게 “이렇게 점잖으신 분이 왜 그런 차림의 컨셉을 했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바로 장난기가 발동됐다. “점잖지 않습니다. 술만 마시면 상에 다리 올려놓고 그럽니다. (웃음) 솔직히 튀려고 강한 컨셉을 했었는데, 이젠 약발이 떨어졌는지 반응이 없어 그만뒀습니다.” 너무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경민이 SBS 공채 1기여서 유재석이나 지상렬이 “다 내 밑에서 내가 가르친 후배들”이란다. “동기인 김용만이 MC로 잘나가서 배가 아팠죠. 그래서 ‘김용만이 입냄새가 심하다’는 소문을 퍼트렸어요. 그래서 김용만이 모 프로그램 MC를 그만뒀어요. 요즘 김용만이 섹션 TV에서 현영이랑 또 MC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영이 축농증을 앓고 있다고 했죠.” 김용만의 최근 활동이야기와 함께 농담섞인 개그를 건네는 김경민의 뒤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주위 개그맨들과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바보일 것이다.

김경민은 힘든 일이 있어도 지금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와 4살짜리 아들 푸른이가 있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자리를 동석했던 매니저도 “내가 아는 연예인 중 가장 착하고 인간적인 바른생활맨”이라고 거든다. 평소에도 공처가 비슷한 애처가라나. 외모로 보면 총각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한데 벌써 결혼 4년차라니 놀랍다. 방송용 나이만도 38살이라니, 지상렬이 후배라고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시트콤 프로부터 쇼 오락 프로까지 다음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진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경민 왈 아웃사이더용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단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청취자들의 고민을 개그로 풀어 힘을 주는 컨셉을 말하는듯 했다. 그의 말처럼 ‘아웃사이더용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무거운 주제라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이혼·실직의 고민으로 삶이 버거운 아웃사이더들에게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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