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타짜’가 왔다…재담꾼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

하반기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짜’가 첫 선을 보였다.

많은 대한민국 국민을 고정 관객으로 가지고 있는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데다, 김혜수 조승우 백윤식 유해진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들이 동시에 출연하고,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 한 편으로 국내 영화제를 휩쓴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들이 맞물리면서 관객과 업계의 기대 수준이 높았던 게 사실.

18일 오후 2시 서울 CGV용산에서 첫 공개된 완성품은 그 기대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다만 방대한 분량의 원작과 하나하나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은 금물. 등장인물과 도박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새로운 작품이라고 감상한다면 2시간 넘는 상영시간이 어느덧 지나고 스탭 스크롤이 스크린 위로 흐른다. 알려진 이야기를 영화화했으면서도, 이야기는 찰진 인절미를 씹는 것처럼 쫀득쫀득하다.

재담꾼 최동훈의 두 번째 이야기

한 치 뒤도 예상할 수 없는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연출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원작이 있는 영화,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할 때는 어떤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다고 최 감독에게 물었다.

최 감독은 먼저 “그렇다, 잘해야 본전이다. 주변에서 말렸다. 그렇지만 영화라는 게 이미 말해져 왔던 거를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있든 없든 새로울 건 없다. 이야기를 구성해내는 힘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화를 보고나서 도박이나 타짜에 대한 내용이 워낙 상세해 ‘취재 안해도 되겠구나, 3개월이면 쓰겠구나’ 했는데 1년 걸렸다. 쓰면 쓸수록 어렵더라”며 원작을 영화화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특히 이번에 영화화한 1부의 경우 드라마가 느슨하다. 인물과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얽는데 주력했다. 영화를 보면, 시작 후 1시간까지 새로운 인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 1시간 20분 동안 이야기와 인물들의 관계를 하나의 원 안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원작 만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탈출하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름값 하는’ 스타들의 농익은 연기

간혹 함량미달 주연에 빛나는 조연들의 활약 덕에 가까스로 ‘낙제점’을 면한 영화들을 만난다. 그러나 ‘타짜’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의 칼칼한 연기와 해를 더할수록 농염해지는 김혜수의 매력이 극의 긴장감을 타이트하게 조인다.

원본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조승우는 “솔직히 말해 ‘타짜’가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인 줄 몰랐다.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고, 그 다음 인물 분석을 위해 원작을 읽었다. 원작의 고니는 읽고 잊어버렸다. 원작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로 봐주셨으면 한다”면서 ‘타짜’가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조승우는 만화 속 고니와 사뭇 다른 광기와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극의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

‘도박의 꽃’ 설계자 정 마담을 연기한 김혜수. 2차원 만화에서 3차원으로 살아나온 듯하다는 평을 듣고 싶었을까, 김혜수 식의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싶었을까.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고, 시나리오의 느낌에 충실하려고 했다. 사실 영화를 시작할 때, 정마담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전혀 모른다.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연기하는 게 아니다. 연기를 하는 과정에 충실할 뿐이며,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그저 나 스스로 캐릭터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고 느낄 때 좀더 자유로워진다. 연기는 배우의 몫이고, 평을 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평을 하셔도 달게 받겠다”고 우문현답을 돌려줬다.

잘 되는 영화엔 ‘빛나는’ 조연이 있다

‘타짜’에 주연 둘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싸움을 가르쳐도(영화 ‘싸움의 기술), 씨름을 가르쳐도(‘천하장사 마돈나’), 도박을 가르쳐도(‘타짜’) ‘폼이 나는’ 백윤식이 두 사람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미묘한 말투와 표정의 변화로 영화마다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백윤식은 진정한 ‘타짜(프로페셔녈)’ 배우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이루 출연작을 셀 수 없는 영화들에서 감초 역할을 해온 유해진. 그가 연기한 인간적이면서도 코믹한 고광렬은 영화에 기름칠을 하고, 흥을 돋우는 추임새 역할을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동구 아버지 역으로 출연해 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김윤석도 ‘타짜’에 합류했다. 이미 ‘지하철 1호선’ ‘의형제’ 등의 뮤지컬 무대를 좌지우지해 온 김윤석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맡은 작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것을 인상깊게 봤던 최 감독이 다시 캐스팅한 배우다. 이번에는 고니의 숙적인 타짜 아귀 역을 맡아 능글능글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김혜수 ‘여유’-조승우 ‘긴장’

영화에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은 김혜수의 ‘빛나는’ 노출신이 등장한다. 혹시 영화사의 흥행 노림수는 아니었을까. 김혜수의 답변은 이번에도 분명하고 여유롭다.

“노출신은 아무 부담없이 찍었다. 마케팅 전략은 물론 아니고, 사전에 설정돼 있던 신도 아니었다. 촬영 전에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얘기하면서, 정 마담과 고니의 관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정사신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완성된 영상을 볼 때,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조승우는 긴장했다.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그는 “간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처음 하는 영화도 아니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작업이었기에 긴장감이 컸던 것 같다”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영 후 간담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너무나 만족스럽고, 이 작품에 출연한 것이 내게 너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노력하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찍은 필름을 오늘 처음 봤는데 너무 좋다”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스타 조승우의 밤잠도 앗아버린 영화 ‘타짜’는 오늘 28일 관객의 심판을 받는다. 사진 맨 위부터 최동훈 감독, 배우 김혜수 조승우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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