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음반 아닙니다. 시간 지나면 엄청 비싸질 거거든요. 조심히, 조심히….”
개그맨 아니랄까봐 넉살이 보통이 아니다. 개그맨 낙지의 말이 허풍만은 아니다. 디지털 싱글 앨범이니 ‘시중에서 살 수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옥동자 은상탈 때 대상 받은 거 모르셨죠? 이제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3년 할부로 산 스포티지 아직 2년은 더 할부금 부어야 하는데 내다 판 거 아시죠?. 이번에 ‘너무나 다행히’ 디지털 음원 계약이 됐어요. 안 그랬으면 전세 보증금도 빼려는 찰나였는데요.(웃음)”
그랬다. 가수 지망생도 아니고 개그맨이 음반 하나 내겠다고 타던 차를 팔아 음반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그렇다고 가수로 전업하자고 낸 음반도 아니다. 개그를 더 잘해 보겠다고 만들었다.
“2000년 KBS 신인 개그연기자 콘테스트에서 ‘옥동자’ 정종철이 은상 탈 때 제가 대상 받고 개그맨 데뷔했거든요. 그럼 뭐합니까. 옥동자 잘 나갈 때, 저 사실 지난 6년 동안 크게 한 거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어떤 개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지 분석했죠.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개그를 좋아하시더라구요. 음악과 개그, 그 접목 지점이 어딜까 고민하다 ‘랩’이란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랩에 도전했거든요, 이 음반을 시작으로 더욱 멋진 개그맨이 되겠습니다.”
“백댄서 귀걸이 하나까지 발로 뛴 뮤직비디오예요”
살아도 개그맨, 죽어서도 개그맨이라는 낙지가 개그의 연장선에서 시작한 도전이지만, 얼렁뚱땅 음반을 준비하지 않았다.
타이틀곡 ‘오빠잖아’를 비롯해 ‘공사중’ ‘Flower Snake’의 가사를 직접 쓰고, 3개월간 랩을 연습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애마’를 팔아 벤틀리 포르쉐 페라리를 빌리고, 백댄서들이 착용할 목걸이 하나, 귀걸이 하나를 협찬받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3곡짜리 디지털 싱글 앨범 내는데 가수라면 한 달이면 넉넉하겠지만, ‘개그맨인데 뭐, 이 정도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이었대도 금세 끝났겠지만 낙지는 9개월이 걸렸다.
“물론 전 언제까지나 개그맨이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엔 가수잖아요. 공을 들여 노래를 만들고 안무를 하고, 수준있는 무대 매너를 갖추고…. 그렇게 해야 본업이 가수인 분들에게도 예의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관객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음반, 뮤직비디오 구석구석에 저와 모든 스태프들의 땀이 묻어 있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구준엽이요? 감사합니다!”
들고 온 뮤직비디오도, 앨범도 들어보라고 성화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다.
모니터를 언뜻 보고 지나가던 한 기자가 “어? 구준엽이에요?”라고 말하자, 낙지는 “구준엽이요? 아이구 감사합니다!”라며 넙쭉 절을 한다.
“가끔 이런 얘기 들어요, 가수 구준엽 뮤직비디오인 줄 알았다는…. 저야 기분 좋죠. 완벽한 댄스를 구사하는 대가수와 혼동되다니, 영광입니다.”
사실 ‘반짝이는’ 머리가 같다고 착각하진 않는다. 적어도 뮤직비디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설퍼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낙지의 노력이 ‘보람’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의리로 만든 앨범!
사실 개그맨이 음반 낸다고 하니 주위에서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고, 대뜸 “너 밤무대 뛰려고 그러지” “벌써 캐롤 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단다. 그런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낙지.
그는 모든 능력을 갖지 않았으면서, 혼자서 모든 걸 해내겠다고 고집만 피우는 사람은 아니다. 주변의 능력있는 동료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덕분에 ‘오빠잖아’에서는 섹시하게 변신한 춘자의 모습과 노래를 감상할 수 있고 개그맨 신봉선과 정경미를 볼 수 있다. 양혜승은 ‘공사중’의 피처링을 맡아줬다.
“밤 11시에 춘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당장에 ‘얼른 와, 100곡이든 1000곡이든 다 해줄게’라고 말하더라구요. 연예인이란 게 소속사와 사전 조율 없이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참 고맙더라구요. 혜승이 누님도 ‘내가 회장이거든, 누가 뭐래. 내가 도와줄게’라며 흔쾌히 찜질방에서 달려오셨고, 후배 봉선이도 ‘개그콘서트’ 녹화를 피해 새벽에 일어나 와줬습니다.”
이들 외에도 보이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이 많았다. 거마비, 운영비 주며 작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 ‘무료’로 도와주는 것도 모자라 ‘찬조금’까지 보태줬다. 일일이 이름을 밝히진 못하지만, 감사한 마음 잊지 않을 것이고 살면서 갚겠단다.
춘자, 낙지 위해 드레스를 입다
낙지가 춘자의 데뷔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지’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무대에 함께 섰던 것을 생각하면, ‘의리의 보답’일 수도 있건만 낙지는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위해 드레스를 입고 ‘여자로 변신한’(?) 춘자에게 각별히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 춘자가 발라드 곡을 선보이거든요. 그 분위기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데, 댄스곡에 기꺼히 참여해 준 것도 기쁘구요. 중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제 뮤직비디오를 위해 과감한 노출을 감행해 준 것도 고마워요. 처음엔 드레스 입지 않겠다고 도망다니고, 겨우겨우 입혔더니 찍지 말라고 도망다니고…. 혜승 누님이 ‘입어봐라’ ‘즐겨라’ 부추겨 주신 덕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습니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연상시키는 춘자의 섹시한 모습, 아마 제 뮤직비디오에서 처음으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의리의리한’ 쇼케이스?
앨범 표지며 음반 디자인이 멋지다는 평을 건네자, 알고 지내는 보석디자이너가 직접 해줬다는 답이 돌아온다.
“주얼리 브랜드 ‘토니 앤 태리’ 만드신 분인데, 표지뿐 아니라 쇼케이스 자리까지 마련해 주셨어요. 오는 10월에 인사동에서 보석쇼를 여는데,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준비한 행사면서 ‘그냥 네 쇼케이스로 생각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멋지게 쇼케이스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의리로 만든’ 낙지의 디지털 싱글 앨범의 쇼케이스가 ‘의리의리한’ 보석들 속에서 열리게 됐다. 10월18일 오후 4시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홀에 가면 가수 낙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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