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배우들이 자신의 나이대로 연기할 때 성공합니다. 제 나이가 편안하게 느껴지지요. 물론 20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군요. 하지만 그런 약은 아직 안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 제 자신을 51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아직 20대지요."
29일 개봉하는 액션영화 '가디언(The Guardian)'에서 베테랑 연안경비대원을 맡아 28세의 후배 배우 애슈턴 커처와 공연한 케빈 코스트너는 물속 액션 연기가 많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물론 젊으면 훨씬 체력이 강하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험에서 배운 것이라면 카메라가 돌아갈 때 배우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베링해를 무대로 조난사고를 당한 배의 인명을 구하는 미국 연안경비대원들의 활약상과 훈련과정을 특수효과를 동원해 액션과 함께 엮은 영화. 코스트너는 연안경비대의 신화적인 존재인 베테랑 벤 랜들 역을 맡았다.
24시간 비상대기를 하며 언제든지 사고가 있을 때 불려나가야 하는 생활 때문에 아내로부터 결별 선언을 듣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사고현장에 나갔다가 가장 친한 동료 및 스태프들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는 가혹한 일을 겪는다.
충격과 실의에 빠진 그는 연안경비대원들을 조련해내는 엘리트 학교의 코치로 부임하고, 최고의 연안경비대원이 되겠다는 야심과 자신감에 찬 제이크 피셔(애슈턴 커처)를 만난다. 피셔 역시 마음의 상처를 숨기고 있는 젊은이로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 충돌하지만 피셔가 랜들에게서 희생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연안경비대원의 삶을 배우면서 파트너로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다.
베벌리힐스 포시즌호텔에서 애슈턴 커처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코스트너는 물속 연기가 많은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자신의 이야기 대신 커처가 고생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영화는 스크린 위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정말 애슈턴은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에 10시간 물속 연기를 해낼 만큼 착한 사나이지요. 10시간 이상 물속에 있는 게 어떤 건지 상상이나 가십니까. 나보다 먼저 물속 연기를 촬영한 애슈턴이 내가 쉬고 있는 트레일러로 찾아와 촬영할 때 이건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말고 등등 많은 충고를 해주었지요."
영화에는 연안경비대원들이 해병대원들에게 무시당하고 놀림을 당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코스트너는 이 대목을 설명하며 진정한 영웅의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 영화계의 풍토를 꼬집었다.
"연안경비대원들은 해병대와 같은 엘리트 의식이나 영웅의식이 없는 집단입니다. 그들은 조용히 목숨을 구할 뿐이지요. 강하고 용감한 사람들이지만 그리 큰 보수를 받지 못합니다. 연안경비대원들은 보기에 해병대원보다 섹시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훨씬 쉽지요. 그런 점을 생각할 때 그동안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그들의 영웅적인 면을 묘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게 돼 기쁩니다. 물론 군인들이 더 많이 영웅으로 영화화되는 것을 우리가 바꿀 순 없지요. 전쟁이나 싸움이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늑대와 춤을'로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휩쓰는 등 90년대 배우 겸 감독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는 그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번 '가디언'도 95년 '워터월드' 이후 10년 만에 또 한번의 물 속 액션영화에 도전한 셈이다.
감독으로서 연출할 때와 배우로서 출연할 때 철저히 본분에 충실하려 한다는 그는 "감독은 코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감독을 해본 것이 배우로서 촬영하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감독과 배우 두 가지 역할을 혼동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를 지탱하는 것은 영화가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이라고 한다. 그는 "난 지금도 늘 극장에 돈을 내고 가서 영화를 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만큼의 감동을 주는 것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난 영화의 그런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면서 행한 가장 용기 있는 행동 또한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 배우를 한 것"이라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업이나 학문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것은 집안을 배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관습을 깨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좇은 것이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잘한 행동이었다"고 털어놓는 코스트너는 '가디언'에서 애슈턴 커처와 공연한데 이어 내년 개봉 예정인 심리 스릴러 '미스터 브룩스'에서는 커처의 아내 데미 무어와 호흡을 맞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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