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1533~1603), 빅토리아 여왕(1819~1901) 두 여왕 치세에 전성기를 누려 오늘날의 영국 터전을 닦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안으로는 중상주의로 국부를 확립, 르네상스로 불리는 국민문학의 황금기를 이룩했다.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이 이때 배출됐다. 밖으로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 해상제국의 제해권을 장악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대내적으로 자유주의적 개혁과 함께 산업을 발달시켰으며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정책에 바탕을 둔 시장 획득으로 최전성기를 이룩했다.
1952년 2월5일 즉위한 지금의 엘리자베스 2세는 상징적 국왕이지만 역시 대연방제국의 자상한 어머니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당시 처칠 영국 수상은 “신이 우리에게 보내준 서광”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최초의 여왕은 이집트 프롤레마이오스 왕조 최후의 왕인 클레오파트라(BC 69~30)다. 로마의 안토니우스와 제휴한 함대가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의 정적인 옥타비아누스에게 패배하자 자살했다.
632년에 즉위한 신라 선덕여왕은 동양 최초의 여왕이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가 고종 사후에 예종 등을 폐하고 690년 스스로 제위에 오른 측천무후(則天武后)보다 62년 앞선다. 신라는 진덕·진성의 두 여왕이 또 있었다.
일본은 아키히토 국왕 손주 가운데 남아가 없어 여왕을 세우는 왕실전범 개정을 서둘다가 둘째 며느리 기코가 이번에 아들을 낳는 바람에 여왕제 추진이 불발로 그쳤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없던 여왕이 왕조가 아닌 이 시대에 갑자기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이해원(87) 황손의 대한제국 30대 황위 승계식이다. ‘대한제국황족회’가 추대한 이 분은 의친왕의 딸이다. 그러는가 했더니 이번엔 ‘우리황실사랑회’ 등에서 적통이 아니라며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추진한 단체나 반대하는 단체나 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사람들이다.
글쎄, 경위가 어떻든 이미 끝난 망조(亡朝)를 두고 여왕 승계라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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