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매일경제신문이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기업환경지수’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가정신은 61개 조사대상국 중 42위를 차지하며 2002년(26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기업환경이 나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이에 따른 신뢰상실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기업가정신이 크게 악화된 것은 이러한 기업규제와 함께 일반국민의 반기업 정서, 첨예한 노사대립 등 기업하기 어려운 여건이 팽배해 있다는데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정신이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성장의 핵심 동인(動因)이라 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경제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킨 산업혁명이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시작된 중요한 원인이 영국에서는 많은 인재들이 기업가를 유망 직종으로 선택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유능한 사람들이 군인이나 관료를 지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 경제대국으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국부인 마오쩌둥(毛澤東) 대신 자본주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빌 게이츠를 수록한 세계사 교과서를 채택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국가 주도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이 한참이던 1970년대였으며, 그 이후 점차 위축되어 지금은 최저 수준으로 이의 여파로 투자도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오마이 겐이치가 어느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엔 목숨을 걸고 승부(투자)하는 경영자가 없다” 또한 “한국 경영자는 패밀리만 사랑하고 애국심 없는 경영자”라고 비판하면서 “정부, 국민, 노동조합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라고 언급한 것도 최근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쇠퇴와 관련하여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근래 들어 기업인 스스로 또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외부요인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이 크게 위축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경제발전이나 성장에 있어 기업가나 기업 활동은 종속변수가 아니라 절대적이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수이다.
기업인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생존조차 어려우며 과거의 성과가 내일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한편, 세계속의 한국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자긍심을 갖고 새로운 시장과 사업모델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불굴의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 또는 국민들도 기업이나 기업가가 도덕성을 담보로 손발을 꽁꽁 묶어두어야만 하는 규제나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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